천주교 박해로 많은 신자들이 고문과 처형당한 곳
바티칸 교황청이 국제 성지로 공식 인정한 곳
서산 해미읍성 정문 '진남문'
2014년 8월, 가톨릭교회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산 해미읍성’에서 집전한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에는 23개국 2만 3천여 명이 운집했다. 폐막 미사는 바티칸과 미국 CNN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 되었고 외신들은 ‘정원의 꽃밭처럼 아름다운 곳’으로 극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폐막 미사(서산, 2014년) 사진 출처 = KBS 화면 캡쳐
‘바다가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해미읍성은 일반인이 사는 다른 읍성과는 달리 군대가 주둔하던 병영성이었다. 성곽 둘레 1800m, 높이 5m로 현존하는 가장 잘 보존된 평평한 성으로 태종 때(1417)부터 세종 때(1421)까지 축성 되었고, 효종 때(1652) 청주로 옮겨가기 전까지 230여 년간 병마절도사가 주둔하는 충청도의 군사 중심지 역할을 했다.
서산 해미읍성 입구
읍성(邑城)은 지방의 관청과 사람들이 사는 곳을 둘러 쌓은 성으로 평상시에는 내란 방지, 관할 지역의 일반 행정 업무와 재판 등 행정중심지가 되고 비상시에는 방어기지가 된다.
선조 때(1579)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군관으로 10개월간 근무하기도 했다.
해미읍성은 적군의 접근을 어렵게 하려고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를 성 주변에 둘러 심었기 때문에 ‘탱자성’이라고도 한다. 또 성벽에는 청주, 공주 등 각각의 고을 명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축성 당시 고을별로 정해진 구간을 맡도록 함으로써 혹시 성벽이 무너지면 그 구간의 고을이 책임지도록 했다.
서산 해미읍성 전경 / 사진 장세훈
해미읍성은 우리나라 천주교와 깊은 연관이 있는 곳이다. 천주교 박해 당시 충청도 각 지역에서 수많은 천주교 신도들이 해미읍성으로 잡혀 와 고문과 죽임을 당했다.
특히 1866년에는 1000여 명이 이곳에서 처형되었는데, 해미읍성 정문으로 들어오면 만나게 되는 300년 된 회화나무는 천주교 박해 때 신자들을 고문하고 처형하는 데 이용되었다.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픈 기억들이 새겨져 있다.
서산 해미읍성 내 회화나무 / 사진 장세훈
천주교는 ‘천주’를 믿는 종교라는 뜻으로 가톨릭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약 200여 년 전, 조선 후기에 전래하여 처음에는 서학이라는 학문의 일종으로 연구되었으나 이후에 종교화 되면서 천주교 박해가 시작되었다.
1790년대 정조 때부터 시작된 천주교 박해는 '병인양요(1866년 흥선대원군의 천주교도 학살, 탄압에 대항하여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에 침입한 사건)'와 1868년 오페르트가 흥선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 묘를 도굴한 사건 이후 더욱 극심해졌다.
2021년 교황청이 서산 해미읍성을 국제 성지로 공식 인정하면서 천주교 신자 뿐만 아니라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관광지가 되었다.
서산 해미읍성 전통문화공연 / 사진 이석연 해미읍성에서는 고리 던지기, 투호, 동헌 체험, 활쏘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전문 문화 해설이 가능하고 매주 토요일 오후에는 다채로운 전통 문화공연도 볼 수 있다.
우선 대북, 모듬북, 사물놀이 등 타악기 공연과 승무, 지역 예술인의 공연이 펼쳐진다.
서산 해미읍성 야경 / 사진 김승진
늠름한 기마 순찰대도 있고 연날리기, 공연 등이 매일 계속되며 야간에는 '빛의 거리'로 탈바꿈해 최고의 분위기를 선사한다.
해미순교성지
해미읍성 서문으로부터 700m 떨어진 곳에 있는 ‘해미순교성지’는 천주교 박해가 극에 달했던 1797년부터 1866년까지 수천 명이 넘는 무명 순교자를 기리기 위해 조성된 순례지이다.
해미순교성지가 위치한 자리는 여숫골 혹은 생매장 터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1935년 서산 본당의 ‘범바로’ 신부가 순교자들의 유골과 유품에 대한 조사와 발굴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됐다.
해미순교성지 / 사진 권철중
1975년에는 유해 발굴지 인근에 높이 16m의 철근 콘크리트 조형물 해미 순교 탑이 세워졌고 2003년에는 기념 성전이 건립돼 순교자들의 유해를 모셔 놓고 있다.
천주교인에게 또 하나의 성지가 되면서 전 세계로부터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산 방문 때 드신 음식
서산 쌀로 지은 쌀밥과 육쪽마늘을 곁들인 서산 우리 한우 등심구이, 서해에서 갓 잡은 우럭의 살로 빚어 만든 우럭 어알탕, 각종 해산물을 섞어 쪄낸 꽃게찜, 서산 6년근 인삼을 곁들인 채소 쌈 등이 제공되었다.
본 요리에 앞서 입맛을 돋우기 위한 애피타이저로는 이곳에 잡힌 뻘낙지로 만든 뻘낙지 죽이 나왔다.
김치는 매운 음식에 익숙지 않은 교황의 입맛을 고려해 백김치가 상에 올랐다.
후식으로는 특산물인 토종 생강이 첨가된 생강 한과와 육쪽 마늘을 넣은 6쪽 마늘빵(키스링)이 제공됐다.
교황이 후식으로 드신 키스링(마늘빵)
주소 충남 서산시 해미면 남문2로 143
관람 시간 하절기(3월~10월) 05:00~21:00 / 동절기(11월~2월) 06:00~19:00
입장 및 주차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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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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