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백서’는 일제의 잔재

배성식 기자

등록 2025-09-19 11:20

일제강점기 이전에 어떤 문헌에도 존재하지 않는

남들에게 보여주기식 일종의 퍼포먼스




일반 가정의 차례상에는 평균 25~30가지의 음식이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조선 시대 초기에 20%가 채 되지 않았던 양반(문반, 무반)의 비율이 조선 후기에는 80%를 넘어서면서 대부분 ‘족보’ 있는 집안이 되었다. 전쟁 등을 겪으면서 지금처럼 전산화가 되지 못했기에 경제력을 갖추면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족보를 사거나 세탁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거기에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홍동백서’ 같은 일본 전통문화가 결합되고, 남들보다 더 화려하고 소위 ‘상다리가 부러지듯’ 제사상을 차리는 것이 가문의 자랑이자 뼈대 있는 집안인 듯 남들에게 보여주기식 퍼포먼스가 낳은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 가정에서는 명절에 차례상을 차리는 법으로 과일은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枾)와 같은 순서를 따르고 있다.


홍동백서는 ‘동쪽에 붉은 과일, 서쪽에 흰 과일을 놓는다’는 의미이고, 조율이시는 ‘대추, 밤, 배, 감 등의 배열 순서’를 말한다.

대추는 씨가 하나라 임금을 뜻하니 처음에 놓고, 밤은 한 송이에 3개가 들어 있어 3정승을 뜻하니 두 번째, 배(사과)는 씨가 6개라 6조 판서를 뜻하니 세 번째, 감은 씨가 8개라 8도 관찰사를 뜻하니 마지막에 놓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이전 조선 시대 어떤 기록에도 홍동백서, 조율이시, 어동육서(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는 없다.


 1185년 겐페이 전쟁 /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ja.wikipedia.org)


사실 ‘홍백’은 일본인들에게 뿌리가 깊다. 

일본 헤이안 시대에 원씨(源氏) 가문(흰 깃발)과 평씨(平氏) 가문(붉은 깃발) 사이의 내전인 ‘겐페이 전쟁(1180~1185)’ 때부터 홍백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금도 일본 NHK 방송의 가장 권위 있는 연말 가요 프로그램은 ‘홍백가합전’이다.


 일본 NHK 방송의 홍백가합전 /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nhk_kouhaku


또한, 명절에 전을 부치는 문화도 평소 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찰의 스님들이 기름기 음식을 먹기 위해 채소, 구황 작물 등을 기름에 튀겨 먹으면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조선 시대 제사상에는 기름기 음식을 올리지 않았다.

 

명절 때가 되면 많은 방송에서는 ‘퇴계 이황 선생’ 종가의 차례상을 예로 들며 간소한 차례상을 소개하곤 한다. 

퇴계 선생은 행하기 편한 예를 행하기로 유명한 분으로 실제로 제사상 가장자리에 올린 대구포가 제관의 도포 자락에 걸려 자꾸 떨어지자, 대구포 자리를 가운데로 옮기도록 했는데, 이후 이것이 퇴계 집안의 전통이 됐다. 

실제로 퇴계 이황 선생 종가의 설 차례상에는 사과와 배 등 과일 한두 개와 대구포, 전, 술 한잔 등 5가지 음식만 올라간다.


평소에도 “예법은 멀리 있고 현실은 그렇지 못하므로 상황에 맞추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는데, 한마디로 ‘예절도 행하는 사람이 편해야 지속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퇴계 이황 선생' 종가 차례상 / 사진 출처. 퇴계 이황 종가


이제 곧 추석 명절이다. 그렇다면 제사를 잘 모시는 방법은 무엇일까? 

“형식보다는 진정으로 슬퍼하는 마음, 사치스럽지 않게, 검소하게, 정성스럽게”라는 갈암 이현일(1627~1704)의 글이 자주 인용된다.

 

조상님도 중요하지만, 평소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을 올리는 편이 조상님께 오히려 정성스럽지 않을까?



ssbae100@naver.com



<저작권자(c) 트롯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배성식

배성식

기자

여기에 광고하세요!!

트롯뉴스
등록번호서울 아56004
등록일자0025-06-20
발행인박강민 이진호
편집인박강민
연락처02)552-9125
이메일trotnewspool@gmail.com
주소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64길 13, 6층 610a
트롯뉴스

트롯뉴스 © 트롯뉴스 All rights reserved.

트롯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