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미소를 간직한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배성식 기자

등록 2025-10-14 14:04

한국에서 발견된 마애불 중 가장 뛰어난 작품

아침, 저녁으로 마애불의 미소가 변화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 / 사진 출처 = 한국관광공사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가야산 용현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층암절벽에 거대한 ‘석가여래(불교에서 열반에 다다른 자로 주로 석가모니 부처를 지칭)’ 입상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과거를 상징하는 제화 갈라 보살 입상, 오른쪽에는 미래를 상징하는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 조각되어 있다. 

 

한국에서 발견된 마애불 중 가장 뛰어난 백제 후기(6~7세기)의 작품이다.

‘마애불’이란 자연 암벽에 선을 새겨 넣거나 도톰하게 솟아오르도록 다듬어 만든 불상을 말한다. 

오랜 세월 수풀에 파묻혀 있다가 1958년에 발견되었고, 1962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2.8m의 거대한 불상은 단정하고 유연하게 조각되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불상의 미소는 빛의 각도와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동쪽 해가 비치는 아침에는 밝고 평화로운 미소를, 서쪽으로 해가 지는 저녁에는 은은하고 자비로운 미소를 띤다. 

동동남 30도 방향으로 서 있어 햇빛을 풍부하게 받아들이고, 마애불이 새겨진 암벽이 80도로 기울어져 비바람을 정면으로 맞지 않도록 조각되었다. 

미학적 우수함과 과학적 치밀함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부분이다. 

 

연꽃잎을 새긴 대좌(臺座) 위에 서 있는 여래 입상은 살이 많이 오른 얼굴에 반원형의 눈썹, 살구씨 모양의 눈, 얕고 넓은 코, 미소를 띤 입 등을 표현하였는데, 전체 얼굴 윤곽이 둥글고 풍만하여 백제 불상 특유의 자비로운 인상을 보여준다. 


옷은 두꺼워 몸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으며, 앞면에 U자형 주름이 반복되어 있다. 둥근 머리 광배 중심에는 연꽃을 새기고, 그 둘레에는 불꽃무늬를 새겼다.

 

 현세를 상징하는 석가여래불


머리에 관(冠)을 쓰고 있는 왼쪽의 제화 갈라 보살 입상(1.7m)은 얼굴에 본존(여래 입상)과 같이 살이 올라 있는데, 눈과 입을 통하여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다. 

천의(옷이나 천)를 걸치지 않은 상체는 목걸이만 장식하고 있고, 하체의 치마는 발등까지 길게 늘어져 있다.


 과거를 상징하는 제화 갈라 보살 

오른쪽의 반가사유상(1.66m) 역시 만면에 미소를 띤 둥글고 살진 얼굴로 비록 두 팔은 크게 손상을 입었으나, 왼쪽 다리 위에 오른쪽 다리를 올리고, 왼손으로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 오른쪽 손가락으로 턱을 받치고 있는 모습에서 세련된 조각 솜씨를 볼 수 있다.

 

 미래를 상징하는 미륵보살 반가사유상


삼존불은 6~7세기 동북아시아에서 유행한 보편적 형식이었다. 하지만 보주(불교에서 이것을 가진 자의 모든 소원을 이뤄준다는 구슬)를 들고 있는 입상 보살과 반가 보살이 함께 새겨진 것은 중국이나 일본, 고구려, 신라에서도 볼 수 없는 백제만의 독특한 형식이다. 

 

특히 이곳은 백제 때 중국으로 통하는 교통로의 중심지인 태안반도에서 부여로 가는 길목에 해당하므로, 당시의 활발했던 중국과의 문화교류 분위기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로 마애불을 사람들이 문지르고 떼어내서 콧등이 뭉개지고 일부는 떨어져 나갔다. 

심지어 콧등에서 떼어낸 조각을 삶은 물을 마셨다고 한다.

 

 일주문인 '불이문'


주차장에서 용현계곡을 지나 150m 정도만 올라가면 볼 수 있으며, 문화관광 해설을 활용하면 흥미롭고 자세한 정보를 들을 수 있다. 입장료 무료



배성식 / 여행작가


평소 여행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모아 2022년에 아빠들을 위한 주말 놀거리, 먹거리 프로젝트 <아빠와 함께하는 두근두근 보물찾기>를 발간하였다.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최대의 언론사 그룹인 여행요미우리출판사를 통해 한국의 관광명소와 외국인들이 꼭 경험해 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 ‘한국의 핫 플레이스 51’을 일본어 <韓国のホットプレイス51>로 공동 발간했다.

이메일 ssbae100@naver.com / 인스타그램 @k_stargram51



<저작권자(c) 트롯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배성식

배성식

기자

여기에 광고하세요!!

트롯뉴스
등록번호서울 아56004
등록일자0025-06-20
발행인박강민 이진호
편집인박강민
연락처02)552-9125
이메일trotnewspool@gmail.com
주소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64길 13, 6층 610a
트롯뉴스

트롯뉴스 © 트롯뉴스 All rights reserved.

트롯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