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을 위해 LA까지 원정... 9순 노모의 휠체어 관람…포천 6남매의 못 말리는 ‘임영웅 사랑’

박강민 기자

등록 2025-10-20 13:18

임영웅 모교 ‘동남고’ 동문 인연… “그의 노래는 외로운 이민 생활 위로이자, 용기”

아이돌 팬덤 넘은 ‘영웅시대’ 신드롬, 세대와 국경 넘어 위로와 사랑의 아이콘으로


  LA DOLBY THEATER서 열린 '임영웅콘서트'에 모인 포천6남매들


바야흐로 ‘트로트 팬덤’의 시대다. 

강력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팬덤 문화는 이제 K-팝 아이돌의 전유물이 아니다. 특히 트로트 장르에서 일어난 팬덤의 혁명은 대한민국 대중음악 시장의 지형도 자체를 바꾸어 놓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단연 가수 임영웅과 그의 팬클럽 ‘영웅시대’가 있다. “영웅이 있어 죽을 수도 없다”는 어느 9순 팬의 고백처럼, 임영웅은 단순한 스타를 넘어 누군가에게는 삶의 이유이자, 또 다른 ‘진짜 영웅’이 된 지 오래다.

 

‘영웅시대’의 팬덤이 보여주는 활동 반경과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음원 차트 석권, 앨범 판매량 신기록, 공연 전석 매진은 물론 막강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광고계를 좌지우지하며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는 기부 릴레이까지 이들은 트로트계를 넘어 국내 음악 시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강력한 ‘영웅시대’ 신드롬 속에서도 유독 눈길을 끄는 가족이 있다. 임영웅의 고향인 포천 출신의 6남매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영웅 사랑’은 단순한 팬심을 넘어, 고향 후배에 대해 애틋함과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애가 얽힌 한 편의 감동적인 서사다.

 

 

LA 돌비시어터에서 “영웅”을 외친 ‘포천 6남매’


임영웅 SNS
 

2년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할리우드 거리에 있는 돌비시어터(Dolby Theatre)가 하늘색 물결로 뒤덮였다. 아카데미 시상식장으로 유명한 이곳에서 K-팝 아이돌이 아닌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단독 콘서트가 열린 것이다.

이 역사적인 공연에는 미국 교민들은 물론, 본국인 한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모인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LA 'DOLBY THEATER' 앞에서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단체 관람객이 있었다. 바로 ‘포천 6남매’였다.

이들의 인연은 각별하다. 6남매 모두 임영웅의 고향인 경기도 포천 출신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이들 중 3명은 임영웅의 모교인 ‘동남고등학교’ 동문이다. LA에 거주 중인 넷째 병희 씨가 동남고 19회, 다섯째 쥴리아(Julia) 씨가 동남고 21회, 여섯째 영신씨가 24회  졸업생으로, 임영웅(동남고 47회)의 까마득한 학교 선배인 셈이다.


이 특별한 인연은 1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도 마다하지 않게 했다. 넷째와 다섯째가 LA에 거주하고 있었고, 나머지 형제자매들이 이 콘서트를 위해 한국에서 LA까지 날아와 합류했다. 

전원이 ‘영웅시대’ 응원복을 맞춰 입고 공연장에 모인 6남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임영웅에 대한 ‘찐 사랑’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었다. 이들에게 LA 콘서트는 단순한 공연 관람을 넘어, ‘영웅’이라는 구심점 아래 하나가 되는 행복한 가족 여행이었다. 


 

온 집안이 임영웅 굿즈… 30년 이민자의 ‘찐 팬’ 스토리

 

쥴리아씨의 집에는 온통 임영웅 굿즈로 장식되어 있다


6남매 중에서도 다섯째 쥴리아(Julia) 씨의 팬심은 ‘찐 팬 중의 찐 팬’으로 통한다. LA에 거주하는 쥴리아 씨의 집안은 임영웅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현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실물 크기의 임영웅 ‘등신대’가 방문객을 맞이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다는 후문이다. 집안 곳곳은 그의 사진, 앨범, 각종 굿즈(Goods)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러한 아내의 열렬한 팬심은 남편에게도 전이됐다. 쥴리아 씨의 남편 데이빗(David jeong) 씨는 “아내가 너무 팬이다 보니 곁에서 지켜보다가 어쩌다 보니 나도 팬이 되었다”며 웃었다. 이제는 콘서트에 갈 때면 아내보다 먼저 임영웅 응원복을 챙겨 입고 함께 즐기는 열성 팬덤의 일원이 되었다.


쥴리아 부부가 운영하는 토요스시(Toyo sushi)에 모인 캘리포니아 영웅시대 회원들

쥴리아 씨가 이토록 임영웅에게 열광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약 30년 전 LA에 이민을 와 정착하기까지 타국살이의 어려움과 외로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그 고단했던 시간을 견뎌내던 중, 고향 후배이자 고교 후배인 임영웅의 노래가 쥴리아 씨의 마음에 깊이 파고들었다.

그의 담백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목소리는 이민 생활의 고단함을 씻어주는 청량제였다. 쥴리아 씨는 “어디를 가나 차 안에서나 집에서나 임영웅 노래를 들으면서 큰 위로를 받는다”라며 “그의 노래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라고 고백했다.

 

쥴리아씨 부부가 운영하는 LA 일식집도 '영웅시대'의 아지트이다


이들 부부의 ‘영웅 사랑’은 개인적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LA 가데나(Gardena)에서 ‘토요 스시(Toyo Sushi)’라는 일식집을 운영하며 자리를 잡은 이들은 자신들의 가게를 캘리포니아 ‘영웅시대’ 팬덤의 사랑방으로 기꺼이 내어주었다. 이 일식집에서는 ‘영웅시대’ 정기모임이 열리기도 하는 등 LA 지역 팬들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9순 노모 휠체어 태우고… 세대를 잇는 ‘영웅시대’

 

포천 6남매의 ‘영웅 사랑’은 LA를 넘어 한국에서도 이어진다. 이들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임영웅 콘서트 관람을 빼놓지 않는다.

약 1년 전, 한국에서 열린 임영웅 콘서트에서는 더욱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6남매가 9순의 노모를 휠체어에 태우고 공연장을 찾은 것이다.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임영웅 콘서트 티켓을 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하지만 6남매는 연로하신 어머니께 임영웅의 라이브 무대를 꼭 보여드리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힘겹게 표를 구했다.

 

7순의   첫째 딸은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9순 어머니와 꼭 같이 공연을 보고 싶었다”라며 “어머니가 ‘영웅’의 노래를 들으며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효도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해 주위를 뭉클하게 했다.

휠체어에 앉아 하늘색 응원봉을 흔드는 9순 노모와 그 곁을 지키는 70대 딸, 그리고 6남매의 모습은 임영웅의 음악이 어떻게 세대를 통합하고 가족을 하나로 묶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90이 넘은 어머니도 열렬한 '영웅시대' 멤버, 지난해 서울 잠실공연에서 휠체어 타고 콘서트를 관람했다.


이처럼 임영웅의 팬덤 ‘영웅시대’는 단순한 스타 팬클럽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민 생활의 고단함을 잊게 하는 ‘위로’이고, 누군가에게는 90대 노모와 70대 딸이 함께 공유하는 ‘추억’이며, 포천 6남매처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가족을 LA로 모이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오늘도 ‘영웅시대’ 팬들은 임영웅이라는 구심점 아래 서로 위로받고, 용기를 얻고,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가고 있다. 포천 6남매의 못 말리는 ‘영웅 사랑’은, 그가 왜 이 시대의 ‘진짜 영웅’으로 불리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LA에서)


현관에 있는 임영웅 등신대, 방문객들도 한컷 찍는 명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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