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트롯공화국 보고서' 조명... 묵은지 같은 트로트 사랑 "아이돌 팬덤보다 더 찐득하다"고 평가
"BTS, 블랙핑크의 성공 노하우를 접목하면 K-트로트가 K-POP을 이어 새로운 한류 아이콘 될수도
MBN〈2025 대한민국 트롯공화국 보고서〉
"제가 여기서 막내예요. 62살이요."
MBN〈2025 대한민국 트롯공화국 보고서〉
2025년 여름, 전국 축제장을 뜨겁게 달군 건 K-POP 아이돌만이 아니었다. 단체복을 맞춰 입고 전국에서 몰려든 '팬버스 부대', 가방 끈으로 질서정연하게 만든 대기줄, 발전차까지 동원한 대규모 무료 나눔까지. 18일 오전 방송된 MBN 특집다큐 〈2025 대한민국 트롯공화국 보고서〉가 포착한 현장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오디션이 트로트를 품격화시켰다"
MBN〈2025 대한민국 트롯공화국 보고서〉
프로그램이 주목한 첫 번째 변화는 '트로트의 품격화'였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트로트 오디션 열풍이 장르 자체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경쟁이 더 나은 퍼포먼스와 연주, 콘텐츠를 만들어내며 발전을 이끌고 있습니다."
실제 무대는 장르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국악과 성악, 발라드와 댄스가 트로트와 절묘하게 교차하며, 아이돌 못지않은 비주얼과 퍼포먼스가 시너지를 낸다. '무대 기술'과 '감동 서사'가 결합된 새로운 트로트는 팬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공연 직캠과 클립 영상은 온라인에서 2차, 3차 소비로 끝없이 확산된다.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띈 건 베이비붐 세대 여성 팬들의 놀라운 조직력이었다. 다큐 제작진이 직접 취재한 팬덤의 현실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팬카페 지역조직들은 버스 대수와 인원을 사전에 정확히 취합하고, 자리 배치는 제비뽑기로 공정하게 결정한다. 굿즈와 물, 간식 무료 나눔은 기본이고, 외지에서 온 팬들을 위한 식사 대접까지 챙긴다.
MBN〈2025 대한민국 트롯공화국 보고서〉
특히 눈길을 끈 건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팬덤 학습모임'이었다. 팬카페 가입 방법부터 스트리밍, '총공(총 공격)' 교육까지 디지털 약자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 팬덤 전문가는 이들을 두고 "아이돌 팬덤보다 더 찐득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앱 사용자 수는 아이돌 팬덤이 더 많지만, 결제 매출은 트로트 쪽이 더 높다는 업계 분석도 공개됐다. 시간과 경제력이 결합된 골드실버 세대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노래 한 줄이 인생을 바꿨어요"
MBN〈2025 대한민국 트롯공화국 보고서〉
다큐가 놓치지 않은 건 팬 개개인의 진솔한 사연들이었다.
갱년기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한 사장님은 트로트 한 곡의 가사에 붙잡혀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만성 두통으로 일상이 무너졌던 워킹맘은 장구를 만나 인생 2막을 열었다. 엄마의 덕질을 딸이 함께 응원하면서 가족 대화가 풍성해진 사례도 감동적이었다.
팬덤 활동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봉사와 기부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누군가를 '밀어 올리는' 기쁨이 돌봄과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한 전문가는 이런 마음을 "묵은지 사랑, 한국의 장맛"에 비유했다. 빠르게 달아올랐다 식는 열기가 아니라, 오래 끓여 깊어지는 온기라는 뜻이다.
한국 트로트 vs 일본 엔카... "진화 vs 박제화"
MBN〈2025 대한민국 트롯공화국 보고서〉
해외 비교 분석도 흥미로웠다. 일본은 엔카를 '정신'으로 추앙하며 의식화, 경직화시킨 결과 대중과 멀어졌다는 반성적 성찰이 나왔다.
MBN〈2025 대한민국 트롯공화국 보고서〉
반면 한국 트로트는 "1960년대 이후 끊임없는 비판과 저평가"를 견디며 자생력의 근육을 키웠다. 박제화가 아닌 진화를 선택한 결과가 바로 오늘의 뜨거운 팬덤과 화려한 무대다.
"K-트로트가 다음 한류 될 것" -업계 전망
MBN〈2025 대한민국 트롯공화국 보고서〉
다큐의 클라이맥스는 '세계로 가는 K-트로트'라는 비전 제시였다.
"한일 가왕전 등에서 해외 통용 가능성을 이미 확인했습니다."
방송 말미 등장한 트롯뉴스 박강민 대표의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BTS, 블랙핑크의 성공 노하우를 트로트에 접목한다면 K-트로트가 K-POP을 이어 새로운 한류 아이콘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MBN〈2025 대한민국 트롯공화국 보고서〉
MBN 〈2025 대한민국 트롯공화국 보고서〉는 단순한 현상 보고를 넘어 한국 트로트가 지닌 문화적 가치와 미래 가능성을 조명한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 여성들이 만들어낸 '따뜻한 팬덤 문화'는 K-POP과는 또 다른 한국적 정서의 힘을 보여줬다.
<저작권자(c) 트롯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진호
기자
트롯뉴스 © 트롯뉴스 All rights reserved.
트롯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