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는 문학작품은?

배성식 기자

등록 2025-10-27 12:01

춘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유정 문학촌’

김유정 작품 <동백꽃>에 나오는 동백꽃은 노란색이다!


 구. 김유정역(폐역)


가장 오래된 사전 가운데 하나인 ‘한불사전’(1880년)에도 1938년 ‘조선어 사전’, 심지어 1957년 ‘조선어 학회 사전’에도 ‘뽀뽀’라는 단어는 없다. 

홍윤표 전 연세대 교수는 “이 ‘뽀뽀’란 단어가 처음 보이기 시작한 사전은 1961년에 편찬된 이희승의 <국어대사전>이다.”라고 밝혔다.  ‘뽀뽀’라는 단어는 김유정의 1939년 작품 <애기>에서 처음 등장했다.

 

오, 우지마, 우리 아가야, 하고 그를 얼싸안으며 뺨도 문대고 뽀뽀도 하고 할 수 있는 그런 큰 행복과 아울러 의무를 우리는 흠썬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하나 이런 아가는 턱이 좀 다릅니다. - 김유정 <애기> 중에서

 

참고로 ‘키스’라는 말은 1922년에 나도향이 쓴 소설 <젊은이의 시절>에 처음 등장한다. ‘키스’가 ‘뽀뽀’보다 더 먼저 등장했다. 

 

청량리역에서 경춘선으로 1시간 30분 거리의 '김유정역'은 사람 이름이 붙여진 최초의 역이다. 

원래는 신남역이었는데 김유정 작가의 생가를 전시관으로 만들면서 역이름이 변경되었다.


 김유정문학촌 외부 전경 

김유정역에 내려 왼쪽으로 채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김유정문학촌’이 있다.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은 과거에 ‘실레마을’로 불리던 작은 마을로 김유정이 나고 자란 고향이다. 

낮은 산으로 둘러싸인 모습이 마치 떡시루 같다 해서 강원도 말로 ‘떡시루’를 뜻하는 ‘실레’로 불렸다. 


 실레마을 전경(오른쪽이 떡시루 처럼 움푹 들어간 형태) 

김유정(1908~1937)은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하고 배앓이를 많이 했는데 해충 때문이라고 생각해 치료제로 담배를 피우게 했다. 7살 때 어머니가 9살 때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충격으로 말을 더듬기도 했다. 

그 많던 아버지의 재산은 큰 형이 맡아 탕진하게 되면서 어렸을 때부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저에게 지금 단 하나의 원이 있다면 그것은 제가 어려서 잃어버린 그 어머님이 보고 싶사외다. 그기로 그 품에 안기어 저의 기운이 다할 때까지 한껏 울어보고 싶사외다.” - 김유정의 미완성 소설 <생의 반려> 중에서-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으면 늘 어머니를 그리워해 사진을 간직하고 다닐 정도로 상처와 애정 결핍이 심했다.


그래서였을까? 김유정은 특히 연상의 여자들에게 집착을 많이 했는데 4살 연상의 기생이면서 유부녀였던 당대의 명창 박녹주(무형문화재 제5호)에 2년여 동안 구애했고, 자신의 글과 잡지 <여인>에 나란히 실렸다는 이유로 시인 박용철의 동생인 박복자(시인)에게는 30여 통의 연애편지를 혈서로 쓸 만큼 집착했지만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10개월 후 김유정이 죽기 전까지 아픈 몸을 이끌고 <야행>, <옥토끼>, <따라지> 등을 발표하며 창작을 불태웠고, 그의 사후 1938년 처음으로 삼문사에서 김유정의 단편집 <동백꽃>이 출간되었다.


 김유정의 <동백꽃>


김유정이 소설가로 공식적으로 활동한 기간은 불과 2년으로 31편의 소설과 12편의 수필을 발표했다. 

그는 한국의 대표적인 단편 소설가로 일제강점기에 농촌을 배경으로 현실적이고 해학적인 작품과 인간의 삶과 사회 부조리를 비판했다.


 소설 <동백꽃>에서 나와 닭싸움 장면


김유정의 문학촌은 생가와 함께 곳곳에 그의 작품을 조형물로 설치해서 소설을 상상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김유정 소설에 등장하는 <봄봄>의 장면을 조형물로 만들어 놓은 것도 있고, <동백꽃>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닭싸움 조각도 있다. 


 소설 <봄봄>에서 '나'와 '장인'이 점순이의 키를 놓고 실랑이를 벌리는 장면


전시실에는 김유정의 생애를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고 있고, 김유정의 학창 시절 성적표도 전시되어 있다. 

이밖에도 김유정이 속해있던 구인회의 작가들의 친필 원고와 김유정의 소설 특징도 살펴볼 수 있었다.


특별 전시실에는 김유정 문학에 등장하는 농기구나, 그때 당시 사용했던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김유정의 소설 중 <봄봄>과 <동백꽃>이 애니메이션으로 상영된다.

 



죽기 직전 가장 친했던 휘문고, 연희전문학교의 동창 안희남에게 편지를 써서 돈을 보내 달라고 한 것이 그가 남긴 마지막 글이었다. 

김유정이 죽은 후 안희남이 월북하면서 김유정의 편지, 일기, 사진 등도 함께 가지고 가면서 이곳에 김유정의 유품은 따로 없다.

 

인근에는 ‘점순네 닭갈비’, ‘봄·봄’, ‘이쁜네’, ‘김유정우체국’ 등 동네 안의 상점, 음식점, 소소하게 이름 붙여진 모든 것이 김유정 또는 작품과 관련된 상호가 많다.

 

참고로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동백꽃은 노란색이다. ‘동백꽃’ 하면 보통 남쪽에 피는 빨간색 꽃을 연상하지만, 강원도에서는 노란 생강나무 꽃을 ‘동백꽃’ 또는 ‘산동백’으로 불렀다. 

언뜻 보면 산수유처럼 생겼는데 꽃 향을 맡아보면 생강 냄새가 난다.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깃한 그 내음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왼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 김유정의 <동백꽃> 중에서


김유정은 동시대의 작가였던 작가 이상(1910~1937)과의 이야기도 많이 언급되기도 하는데, 김유정은 이상보다 두 살 위로 친하게 지냈으며 둘 다 치질과 폐결핵 환자였다. 세상살이가 힘들어서 동반 자살하려고 준비까지 했는데, 김유정은 광주 누나 집에서 생을 마감(29세)하고 20일 후 이상은 일본 동경에서 사망(27세)했다.


 김유정(좌)과 이상(우) 

김유정의 묘비명은 “세상에 진실하고 겸손한 사람이 많되, 김유정 만한 사람이 드물고 세상에 불쌍한 사람이 많되 김유정만큼 불쌍한 사람도 드물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마지막에는 병조차 제대로 치료할 수 없을 정도로 불행했다. 


그러나 김유정은 행복한 작가다. 

많은 독자들이 그의 작품을 찾고 그리워하고 기억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유정 폐역(구 김유정역)은 고속열차 ITX-청춘의 개통으로 기존의 청량리역~춘천역을 오가던 경춘선 무궁화호가 폐선되었다. 당시 사용했던 역사를 그대로 보존하고 소품들도 전시해 그 시절의 추억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선로에는 무궁화호 객차 2량과 디젤 기관차 7160호 객차를 이용해 북 카페와 관광 안내 센터로 이용 중이다. 


 구. 김유정역 카페 

주변에는 레일 바이크를 탈 수 있다. 

김유정역 북월광장에서 출발해 색다른 테마의 터널을 지나 북한강 절경을 달리는 코스로 국내 최대 규모의 레일 바이크이다. 

출발 후 30분 정도 달리면 중간 정착지가 나오는데, 중간에 찍힌 사진을 구매할 수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먹거리도 구매할 수 있다. 


 김유정 레일 바이크


편도 코스로 여기에서 다시 낭만열차를 타고 강촌으로 갔다가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김유정역으로 돌아온다.

 


♠ 김유정문학촌

- 관람시간: 9:30~17:00(동절기), 9:30~18:00(하절기)

-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 입장료: 개인(초등학생 이상) 2,000원, 단체(20인 이상) 1,500원

- 주차 가능

 

♠ 김유정 레일바이크

- 영업시간: 9:00~17:30(3~10월), 9:00~16:30(11월~2월)

- 휴무: 없음. 설날, 추석 당일에는 13:30부터 영업 시작

- 체험료: 2인승 바이크 40,000원, 4인승 바이크 56,000원

- 주차 가능



ssbae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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