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광고하세요!!
상황이 엉망진창이라는 의미…. ‘개(Dog)’와는 전혀 무관
씨름, 전쟁, 군대와 관련 있다는 다양한 유래가 난무

‘상태,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 온당치 못하거나 무질서하고 난잡한 상황을 속되게 이르는 말’을 의미하는 관용구 ‘개판 오 분 전’의 유래 정보가 따로 없어 질문하신 내용에 명확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이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국립국어원 게시판 -
‘개판 오 분 전’은 많은 사람이 흔히 여러 마리 풀어놓은 개들과 관련된 표현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은 개(犬, Dog)와 전혀 관련이 없다. 국립국어원에서도 명확한 답변을 못 내리는 것처럼 ‘질서 없이 소란스럽다’라는 이 말의 정확한 어원은 없지만 재미있고 유력한 2가지 유래를 알아보자.
씨름 용어에서 유래
‘개판’은 씨름 경기에서 쌍방이 함께 넘어져 승부를 가릴 수 없을 때 쓰는 말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여기서 ‘개’는 ‘고칠 개(改)’로, 씨름에서 두 선수가 함께 넘어졌을 때, 누가 먼저 땅에 닿았느냐를 두고 시비가 벌어질 수 있다.
그 판정이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큰 소란으로 번지기도 하는데 요즘처럼 VAR(비디오 판정)이 없었던 시절에는 그 판을 무효로 하고 재경기를 펼치게 되는데, 이때 재경기를 뜻하는 용어가 ‘개판(改版)’이라는 것이다.
‘개판 오 분 전’은 ‘재경기 5분 전’이라는 뜻으로 ‘개판’은 난장판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경기를 다시 한다는 ‘개판’에 ‘5분 전’이라는 말이 붙었다.
“이렇게 씨름판의 어수선한 상황과 맞물려 무질서하고 소란스러운 상황이라는 의미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유례가 있는데, 그 판을 무효로 하고 다시 할 정도면 그 판이 얼마나 난장판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1940년 신문 기사에 나온 ‘개판’의 용어 설명에서도 “씨름한 결과가 누가 이기고 짐 없이 같이 넘어진 것”으로 나오고, 1948년 동아일보 기사에서도 정치판의 어수선한 상황을 두고 ‘개판 씨름’이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보아 개판은 씨름에서 왔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940년 3월 17일 <동아일보>에 등장하는 '개판'
1948년 4월 10일 <동아일보>에 등장하는 '개판씨름'
‘난립하는 입후보 소의(小義) 버리고 대의(大義)에 서라’
유구한 4천 년 역사를 자랑하던 이 강산이 40여 년 왜정의 굽 아래에 짓밟히게 되던 그때의 역사를 펼치지 않더라도 해방된 지 이미 4년 그동안 우리는 무엇 때문에 독립을 못 하였던가를 소위 입후보쯤 하게 된 정객 제공은 조용히 돌이켜 생각해 볼지어다. 서로 싸우고 욕하고 함으로써 그로 인한 결과는 과연 무엇이냐? 한 말로 말하면 개판씨름 격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다. - 동아일보 1948년 4월 10일 -
1950년 6.25 전쟁에서 유래
6.25 전쟁 당시 배식소 등에서 줄을 서고 배식을 기다릴 때, 배식이 시작되기 5분 전이 되면 혼잡이 극에 달해 ‘개판 오 분 전’이라는 표현이 생겼다는 설도 있다. 여기서 개판(開飯)은 ‘열 개(開)’와 ‘밥 반(飯)’을 뜻한다.

부산의 국제시장은 당시 전쟁통에 부산으로 온 피란민들의 집결소였다. 당시 그곳에는 피란민들의 무료 급식소를 운영했는데, 그 급식소에서 커다란 나무판으로 된 밥솥 뚜껑을 열기 5분 전에 “개판 오 분 전!”이라고 외치며, 배식 개시 5분 전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피란민들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시적인 소란과 무질서가 일어났고, 이를 일컬어 ‘개판 오 분 전’이라 표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1950년 이전부터 개판이란 단어가 사용됐음을 고려하면 이는 민간 어원에 불과하며 씨름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참고로, 2014년에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에서는 북한 흥남항에서 출발(1950년 12월 24일)한 배가 도착(12월 26일)한 곳이 부산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거제도였다. 부산은 더 이상 피란민을 받을 만한 여건과 상황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개~같다, 개~매너, 개~덥다, 개~이득, 개~좋다, 개~짜증 등 본래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반대 또는 강조할 때 ‘개’라는 단어를 붙여 사용한다. 오랜 언어습관임에도 ‘개(Dog)’로 오인해서 사용하고, 심지어 욕이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개~덥다'라는 표현은 더 이상 개와 상관이 없다. 사진 제공 = 로이터
‘개판 오 분 전’도 오해하고 사용하는 말 중 하나다. 개가 판치는 것을 떠올리며 뜬금없이 개가 비난 대상이 된다. 개 입장에서는 무척 억울할 듯하기도 하다.
배성식 / 여행작가
평소 여행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모아 2022년에 아빠들을 위한 주말 놀거리, 먹거리 프로젝트 <아빠와 함께하는 두근두근 보물찾기>를 발간하였다.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최대의 언론사 그룹인 여행요미우리출판사를 통해 한국의 관광명소와 외국인들이 꼭 경험해 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 ‘한국의 핫 플레이스 51’을 일본어 <韓国のホットプレイス51>로 공동 발간했다.
이메일 ssbae100@naver.com / 인스타그램 @k_stargram51
<저작권자(c) 트롯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배성식
기자
ssbae100@naver.com
트롯뉴스 © 트롯뉴스 All rights reserved.
트롯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