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판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중학교 ‘음악⓶’ 교과서에 수록
‘왜색’ 등 장르 홀대 딛고 ‘공교육’ 현장 첫 입성… 음악사적 큰 의미
대표 저자 손민정 교수 “국악 전공 송가인, 가장 한국적 트로트 표현”
한국 대중음악의 한 축을 담당하며 전 세대의 사랑을 받아온 트로트가 마침내 공교육 현장에 공식적으로 입성하는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가수 송가인의 대표곡 ‘가인이어라’가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정식으로 수록되는가 하면 ‘트로트(Trot)’라는 장르 명칭 역시 국내 음악 교과서 사상 처음으로 공식 등재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트롯뉴스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최근 출판된 중학교 ‘음악⓶’ 교과서(도서출판 박영사)에 송가인의 ‘가인이어라’가 게재되었다. 이로써 전국의 중학생들은 이제 정규 음악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송가인의 노래를 배우고 트로트의 매력을 직접 탐구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제공 = 도서출판 박영사
“트로트의 시김새를 살려 노래하자” 학습 방법도 제시
해당 교과서에서는 단순히 노래가 소개되는 것을 넘어, 트로트를 비중 있게 다루며 구체적인 학습 활동을 제시하고 있다.
교과서에는 “‘가인이어라’를 들으며 떠는음, 꺾는음, 점점 세게(크레셴도), 점점 여리게(데크레셴도) 악보에 표시하고 트로트의 시김새를 살려 노래하고 발표해 보자”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학생들이 트로트라는 장르의 음악적 특징과 창법을 이론적으로 이해하고 나아가 직접 실습을 통해 체득하도록 이끄는 교육적 접근이다. ‘시김새’라는 용어를 통해 국악과의 연관성까지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도록 유도한 점도 주목된다.
사진제공 = 도서출판 박영사
‘트로트’ 용어 첫 공식 등재… "일제 이후 탄생 새로운 장르“
이번 교과서 등재가 갖는 또 다른 핵심적인 의미는 ‘트로트(Trot)’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음악 교과서에서 트로트를 정식 장르명으로 다룬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교과서에서는 트로트에 대해 “우리나라 전통음악이 미국의 재즈, 일본의 엔카와도 영향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일제 강점기 이후 탄생한 새로운 음악 장르”라고 명확히 정의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학계와 교육계에서 정식 장르명으로 인정받기보다 관습적으로 사용되던 ‘트로트’가 이제 한국 대중음악사를 구성하는 주요 장르로서 공식적인 지위를 부여받았음을 의미한다.
"송가인, 트로트 전통성과 전통음악 대중성의 절묘한 접점"
대표 저자 손민정 교수(한국교원대)
교과서의 대표 저자인 한국교원대학교 손민정 교수(음악교육과)는 수많은 트로트 곡 중에서 송가인의 ‘가인이어라’를 선정한 이유를 명료하게 밝혔다.
손 교수는 “국악(판소리)을 전공한 송가인이 트로트로도 성공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가장 한국적인 트로트를 표현한다고 보았다”라고 전했다.
특히 손 교수는 “송가인은 트로트의 전통성과 전통음악의 대중성에 대한 절묘한 접점을 가져온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라며 “대중에게 널리 인정받는 가수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점도 교과서 수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송가인이 가진 독특한 음악적 배경(국악)과 ‘미스트롯’ 우승 이후 이어진 대중적 성공이, 트로트의 음악적 가치와 교육적 효용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사례로 채택되었음을 보여준다.
'가인이어라'가 수록된 송가인 1집 앨범
‘왜색·하층 음악’ 오명 딛고 트로트의 재평가
이번 교과서 수록은 트로트 장르의 역사적 위상을 재정립하는 중대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트로트는 오랜 기간 ‘왜색 음악’, ‘하층 음악’ 등 부정적인 꼬리표와 함께 홀대받아왔다.
일본 엔카의 아류라는 오해 속에서 학계는 물론 주류 음악계에서도 그 정통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을 휩쓴 ‘오디션 열풍’은 트로트의 위상을 180도 바꾸어 놓았다. 송가인을 필두로 한 오디션 1세대 스타들의 등장은 트로트가 중장년층의 전유물이 아닌, 전 세대를 아우르는 힘을 가진 음악임을 증명했다.
트로트가 한국 대중음악의 중심으로 당당히 떠오르면서 장르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도 활발하게 일어났다. 이번 교과서 등재는 이러한 사회적·문화적 변화가 마침내 공교육 시스템에 반영된 결정적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음악사적 관점에서 볼 때 ‘트로트 오디션’ 1세대 대표 주자인 송가인의 노래가 교과서에 실렸다는 상징성과 더불어 정통성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이단아’ 취급을 받아온 ‘트로트’라는 명칭이 교과서에 공식적으로 등재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실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는 트로트가 겪어온 100여 년의 수난과 편견을 딛고 마침내 한국 대중음악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그 정체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음을 확인하는 의미인 것이다.
이번 교과서 수록을 기점으로 트로트가 우리 음악 교육 안에서 어떻게 뿌리내리고 발전해 나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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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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