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광고하세요!!

[그 노래 그 사연] 배호 <돌아가는 삼각지> : 병상에서 태어난 국민가요… '배호' 를 전설로 만든 노래

양희수 기자 soo142@naver.com

등록 2026-01-21 10:41

‘배호’를 스타로 만든 결정적 히트곡

신장염 투병 중 완성된 노래

1967년 25살에 발표… 20주 연속 1위의 기록

지금도 삼각지역에서는 울려 퍼지는 곡

 '돌아가는 삼각지' 앨범

비 오는 날 서울역에서 태어난 한 곡의 선율은 훗날 한 가수의 인생과 한 시대의 감성을 함께 끌어안게 된다. '돌아가는 삼각지' 는 가수 배호의 대표곡이자, 1960년대 트로트 전성기를 상징하는 불멸의 명곡이다.

1967년 작곡가 배상태에 의해 세상에 나온 이 노래는 신장염으로 병상에 누워 있던 배호의 목소리를 통해 비로소 완성되었다. 발매 이후 무려 20주간 차트 1위를 지키며,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배호를 단숨에 당대 최고의 스타로 끌어올렸다. 


뒤이어 발표한 '누가 울어', '안개 낀 장충단 공원' 까지 연이어 사랑받으며 그는 1960년대를 대표하는 가수로 확고히 자리 잡는다.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누가 울어' 앨범

그러나 이 노래의 출발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1961년, 군 복무 중이던 배상태는 휴가를 나와 비 오는 날 서울역 인근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다가 문득 떠오른 악상으로 이 곡을 만들었다. 그는 남진과 남일해에게 노래를 건넸지만 거절당했고, 다른 가수에게서는 “구닥다리 같은 노래”라는 혹평까지 들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배상태의 기억 속에 한 인물이 떠올랐다. 궁전 카바레에서 드럼을 치던 먼 친척, ‘배호’였다. 그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청량리 성바오로병원 뒤, 배호가 머물던 허름한 단칸방을 찾았다. 병석에 누운 아들을 걱정한 어머니의 반대와 배호 자신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악보를 한참 바라보던 배호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쓸쓸한 노래가 마치 자신의 처지를 그대로 노래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이튿날, 배상태는 배호를 부축해 장충동 아세아레코드사 녹음실로 향했다. 병으로 인해 호흡은 짧았고 연습은 쉽지 않았지만, 배호는 녹음 전날 밤 모든 악보를 외웠다. 훗날 그의 독특한 창법은 ‘의도된 멋’으로 회자되었지만, 그것은 병든 몸으로 감당해야 했던 삶의 호흡이었다. 가래를 뱉어가며 이어진 녹음은 단 한 번의 NG도 없이 끝났고, 드럼 주자 출신다운 정확한 리듬과 폭넓은 음역은 오히려 노래에 깊이를 더했다. 그때 그의 나이는 스물다섯이었다.


 배호(왼쪽)와 작곡가 배상태.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제공

‘돌아가는 삼각지’는 대구 KBS에서 첫 전파를 타며 세상에 알려졌고, 이후 전국으로 퍼져나가 큰 사랑을 받았다. 앨범은 20만 장이 넘게 팔리며 대히트를 기록했고, 배호는 단숨에 톱가수 반열에 올랐다. 이 노래는 곧 그의 이름을 대신하는 국민가요가 되었다.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슬픔과 후회를 ‘삼각지’라는 구체적인 공간에 실은 이 노래는, 개인의 기억을 모두의 감정으로 확장시켰다. 반복되는 선율과 직설적인 가사는 단순하지만 깊고, 그 안에는 배호라는 인간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돌아가는 삼각지' 는 단순한 유행가가 아니다. 한 시대의 외로움이자, 한 가수의 생애이며, 지금도 여전히 우리를 어떤 그리움의 자리로 되돌려 보내는 노래다.


이 노래에는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한다. 병상에서 녹음한 초기 버전은 병색이 짙다는 이유로 냉담한 반응을 받았고, 이후 건강이 다소 회복된 뒤 다시 녹음한 버전이 널리 알려졌다. 1967년 MBC 10대 가수를 비롯해 각 방송사의 가수상을 휩쓸며, 배호는 1967년과 1968년 최고의 해를 보냈다.



노래의 인기는 음반과 무대를 넘어 스크린으로 이어졌다. 1970년, '돌아가는 삼각지'는 박종호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된다. 영화는 애절한 멜로 정서를 바탕으로, 결국 여주인공 ‘문희’의 눈물만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회자된다. 


개봉 당시 지방을 중심으로 비교적 좋은 흥행 성과를 거두며, 노래가 지닌 대중적 파급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에서는 배호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없다. 그의 노래는 거의 전편에 걸쳐 연주곡으로만 흐르다가,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야 남성 중창단의 코러스로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영화의 비극적 정조와 겹쳐지며 노래가 지닌 상실과 그리움의 감정을 한층 깊게 각인시켰다.


 영화 '돌아가는 삼각지'

배호의 삶은 짧았지만, 그의 노래는 길었다. 그는 광복군의 아들로 중국 산둥성 지난에서 태어났다. 부친의 독립운동으로 중화민국 국적을 지녔으나, 광복 후 귀국해 1948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였던 그는 드럼 연주자로 활동하며 가수를 병행했고, 재즈와 스탠더드 팝의 감성을 트로트에 녹여 새로운 남성 트로트 창법을 완성했다. 중후한 저음과 애절한 고음, 절제된 바이브레이션은 이후 수 많은 가수들의 기준이 되었다.


병약한 몸에도 그는 이 노래를 여러 차례 무대에서 불렀다. 지금은 남아 있지 않지만, 당시 영상 속 그는 복통에 고개를 숙인 채 노래를 이어갔다고 전해진다. 그 모습은 이 노래가 연기가 아닌 삶 그 자체였음을 말해 준다.

그러나 병은 끝내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인기의 절정에서 그는 스물아홉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장례식장에는 당대 최고의 가수들과 수많은 팬의 눈물이 이어졌다. 그날 울려 퍼진 노래 역시 '돌아가는 삼각지'였다.


한 곡의 노래는 그렇게 한 가수의 운명을 바꾸고, 한 시대의 기억 속에 새겨졌다. 이를 기리기 위해 지하철 삼각지역에는 배호의 동상과 노래비가 세워졌고, 주변 길은 ‘배호길’로 불린다. 지금도 그곳에서는 '돌아가는 삼각지'가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지하철 삼각지역 안에 마련된 배호의 동상과 노래비


가수: 배호 / 작사: 이인선 / 작곡: 배상태

 

삼각지 로타리에 

궂은 비는 오는데

잃어버린 그 사랑을

아쉬워하며

비에 젖어 한숨 짖는

외로운 사나이가

서글피 찾아왔다 

울고 가는 삼각지

 

삼각지 로타리를

헤메도는 이 발길

떠나버린 그 사랑을

그리워하며

눈물 젖어 불러보는

외로운 사나이가

남 몰래 찾아왔다



양희수

양희수

기자

soo142@naver.com

여기에 광고하세요!!

트롯뉴스
등록번호서울 아56004
등록일자0025-06-20
발행인박강민 이진호
편집인박강민
연락처02)552-9125
이메일trotnewspool@gmail.com
주소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64길 13, 6층 610a
트롯뉴스

트롯뉴스 © 트롯뉴스 All rights reserved.

트롯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