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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경북 영주 ‘소수서원’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9개 서원 중에서 한국 최초의 서원
배성식 기자 ssbae100@naver.com
등록 2026-05-29 23:55
중종 때 풍기군주 ‘주세붕’이 ‘백운동서원’ 설립
명종 때 ‘퇴계 이황’의 건의로 ‘소수서원’이라는 사액을 받음
‘소수(紹修)’는 ‘자신의 내면을 닦아 유학의 정신을 이어간다.’
원래는 통일신라 시대 ‘숙수사’ 절터, 당간지주가 홍살문 역할
금성대군의 단종 복위 사건 연루로 고을(순흥)이 화를 당함
한국 최초의 사액 서원 '소수서원' / 사진=트롯뉴스
유네스코는 한국의 서원이 조선 후기 교육과 사회 활동의 기준이 된 성리학의 보편적 가치를 잘 보여준다는 점과 각 서원이 진정성·완전성·보존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 2019년 6월 30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등재된 9개 서원은 1543년 건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을 시작으로 남계서원(1552), 옥산서원(1573), 도산서원(1574), 필암서원(1590), 도동서원(1605), 병산서원(1613), 무성서원(1615), 돈암서원(1634)으로 모두 16~17세기에 건립되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는 '소수서원'을 포함해 9개 서원이 등재 / 사진=트롯뉴스
서원은 지방 유생들이 성리학을 연구하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세운 사립 교육기관으로, 국립 교육기관인 성균관과 향교가 국가 차원의 교육과 제례를 담당했다면, 서원은 각 지역에서 스승을 기리고 제사를 지내며 교육을 이어간 것이 특징이다.
서원은 중종 때 주세붕이 세운 백운동서원을 시작으로, 명종 때 국가로부터 사액을 받아 공인된 사립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서원이 전국적으로 급격히 늘어나 600여 곳에 이르렀지만, 일부는 재정 부담과 당쟁의 중심지로 비판받기도 했다. 결국,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대부분 정리되었고, 47개만 남게 되었다.
소수서원 ‘최초의 사액서원’
‘사액(賜額)’이란 왕이 서원의 이름을 지어 편액(현판)을 내려 주는 것을 말한다. 명종 5년(1550년) 퇴계 이황이 풍기군수로 재임하던 시절 이를 건의하여, 백운동서원이 ‘소수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사액을 받게 되었다.
이로써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자 공인된 사립 고등교육기관이 되었고, 이후 퇴계의 제자들을 포함해 약 4천여 명의 유생을 배출했다.
소수박물관에 전시 중인 백운동과 소수서원 현판 / 사진=트롯뉴스
소수서원 입구에는 약 870여 그루의 적송(겉과 속이 붉은 소나무)이 숲을 이루며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다.
이 소나무들은 300~500년 이상 된 노송으로, 유생들이 곧은 학자의 기상을 닮기를 바라는 뜻에서 ‘학자수’라 불렸다.
소나무 숲이 끝날 무렵 오른쪽에는 당간지주가 서 있다. 이는 본래 절에서 깃발을 걸던 기둥으로, 소수서원이 통일신라 시기 숙수사 터 위에 세워지면서 남아 있는 유적이다.
현재는 홍살문을 대신하는 상징물 역할을 하고 있다. 홍살문은 붉은색으로 악귀를 막고, 성역임을 알리는 구조물로, 궁궐·능·묘·서원 등에 세워진다.
소수서원 입구의 학자수와 당간지주 / 사진=트롯뉴스
당간지주를 지나면 서원의 정문인 지도문과 그 옆의 경렴정이 나타난다.
일반적인 서원과 달리 정문 밖에 정자가 배치된 점이 특징이다. 소수서원 옆을 흐르는 죽계천 바위에는 ‘敬(경)’자가 붉은색으로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주세붕이 서원을 세운 뒤 성리학의 핵심인 ‘경’을 직접 쓰고 새긴 것이다.
본래는 이 글씨가 붉은색이 아니었다고 한다.
죽계천 바위에 퇴계 이황이 새긴 ‘白雲洞(백운동)’과 ‘敬(경)’ / 사진=트롯뉴스
세조 때(1457) 순흥도호부(영주의 옛 지명)에 유배 중이던 금성대군은 조카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려다, 그해 10월 관노의 밀고로 실패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고을(순흥) 전체가 화를 당했다. 당시 시신 일부는 죽계천에 수장되었고, 그 사건 이후 억울하게 죽은 원혼이 밤만 되면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훗날 사람들이 혼을 달래기 위해 죽계천 ‘경’에 붉은 칠을 하고 정성 들여 제사를 지내자 울음소리가 그쳤다고 전해진다.
붉은색이 눈에 먼저 띄기는 하지만 자세히 보면 흰색 글씨로 ‘백운동(白雲洞)’이라는 글자도 함께 쓰여 있다. 퇴계 이황이 새겼다.
순흥에서 단종 복위를 도모하려다 실패한 금성대군,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중 / 사진=쇼박스
서원의 중심 건물인 강학당은 유생들이 학문을 익히던 공간으로, 내부에는 ‘소수서원’ 편액이 걸려 있다.
‘소수(紹修)’는 학문과 유학의 정신을 이어간다는 뜻으로, 명종이 직접 하사한 이름이다.

강학 공간인 명륜당 외부의 백운대 현판(위)과 내부의 소수서원 현판(아래) / 사진=영주시
제향 공간인 문성공묘(보물)는 고려의 유학자 안향을 비롯한 인물들이 모셔져 있다. 고려 후기 문신인 회헌 안향(1243~1306)은 고려 원종 때 문과에 급제하여 여러 벼슬을 하였으며, 여러 차례 원나라에 다녀오면서 주자학을 한국에 보급한 우리나라 최초의 주자학자이다.
특히, 안향 초상화(국보)는 현재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초상화 중 하나로 고려 시대 초상화 화풍 연구에 귀중한 작품이다.
국보인 안향(좌)과 보물인 주세붕(우) 초상화 / 사진=영주시
서원은 보통 전학후묘의 구조이나 소수서원은 동학서묘의 구조를 하고 있다.
전학후묘는 조선 시대 향교에서 흔히 나타나는 공간 구성으로, 교육 기능을 담당하는 명륜당이 앞쪽에, 제향 공간의 중심인 대성전이 뒤쪽에 배치되는 방식이다. 이는 경사진 지형을 활용해 제향 공간의 위계를 높이고, 교육 공간에서 제향 공간으로 이어지는 질서와 서열을 공간적으로 표현한 구조이다. 반대로 전묘후학은 평지에 세워진 향교에서 주로 보이는 형태다.
이와 달리 소수서원은 동쪽에 강학 공간, 서쪽에 제향 공간을 배치하여 교육과 제향이 좌우로 구분되는 구조를 이루고 있어 매우 독특한 사례로 평가된다.
제향 공간인 문성공묘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관광객들 / 사진=트롯뉴스
소수서원과 죽계천 사이에는 탁청지가 자리하고 있다. ‘탁청’은 “물에 씻어 스스로 맑게 한다.”라는 뜻으로, 선비의 청렴한 정신을 상징한다. 『단곡문집』에 따르면 이 연못은 광해군 때(1616년) 풍기군수의 명에 따라 당시 소수서원 원장이었던 곽진이 주관해 조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수서원과 죽계천 사이의 탁청지 / 사진=트롯뉴스 서원 인근에는 유교 문화를 종합적으로 전시하고 있는 ‘소수박물관’은 서원과 유교 관련 유물과 유적을 체계적으로 보존·전시하며 지역 문화의 이해를 돕는다.
소수박물관 내부 / 사진=트롯뉴스
또한, 전통 생활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선비촌’은 선비정신과 충효 사상을 바탕으로 조성된 공간으로, 고택 숙박 체험을 비롯해 떡메치기, 전통혼례, 천연염색, 매듭, 칠보공예, 다도 등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소수서원과 연결되어 있는 선비촌에서는 다양한 생활문화 체험이 가능 / 사진=영주시 더불어 ‘선비세상’은 한옥·한복·한식·한글·한지·한음악 등 한국의 6대 문화를 기반으로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복합문화 체험공간으로, 첨단 콘텐츠를 통해 선비문화를 보다 폭넓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소수서원이 있는 영주시 순흥 지역의 대표 향토음식은 ‘순흥기지떡’이다. 순흥기지떡은 멥쌀가루를 반죽해 발효시킨 뒤 쪄내는 증편으로, ‘기지떡’은 증편을 가리키는 경상북도 방언이다. 잘 상하지 않고 새콤한 맛이 있어 더운 여름철 입맛을 돋우며 소화도 잘되는 것이 특징으로 소수서원 인근에 순흥기지떡 본점이 있다.
순흥지역의 대표 향토음식 순흥기지떡 / 사진=트롯뉴스
배성식 / 여행 작가
평소 여행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모아 2022년에 아빠들을 위한 주말 놀거리, 먹거리 프로젝트 <아빠와 함께하는 두근두근 보물찾기>를 발간하였다.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최대의 언론사 그룹인 여행요미우리출판사를 통해 한국의 관광명소와 외국인들이 꼭 경험해 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 ‘한국의 핫 플레이스 51’을 일본어 <韓国のホットプレイス51>로 공동 발간했다.
인스타그램 @k_stargram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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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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