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저녁,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 밖은 첫눈이 내린 뒤의 차가운 공기였다. 안은 달랐다. 시작부터 뜨거웠다.
무대에 오른 건 수호, 세훈, 찬열, 디오, 카이. 다섯 명이서 만든 하모니가 돔 안을 가득 채우자, 1만1천명의 관객은 일제히 같은 노래를 따라 불렀다. 엑소 의 여섯 번째 투어 앙코르, ‘엑소라이즌 [닷]’의 마지막 밤이었다.
엑소 는 6일부터 3일간, 시야제한석까지 약 3만3천석을 모두 채웠다.
“식지 않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14년 차 그룹의 티켓 파워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증명한 3일이었다.
8일 저녁,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 밖은 첫눈이 내린 뒤의 차가운 공기였지만 안은 뜨거웠다. 엑소 여섯 번째 투어 앙코르 공연 '엑소라이즌 [닷]' 마지막날 무대에 오른 건 수호, 세훈, 찬열, 디오, 카이. 다섯 명이서 만든 하모니가 돔 안을 가득 채우자, 1만1천명의 관객은 일제히 같은 노래를 따라 불렀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오프닝부터 ‘왕관’을 씌운 이유
첫 곡은 올해 8집 타이틀곡 ‘크라운’. 무대 위에는 지름 23m짜리 거대한 링 LED가 떠 있었고, 그 안에 왕관이 나타났다. 멤버들의 머리 위에 정확히 걸리는 연출이었다.
이건 단순한 무대 장치가 아니었다. “우리가 아직 여기 있다”는 선언처럼 보였다.
이어진 ‘몬스터’, ‘서퍼케이트’에서는 분위기가 단번에 바뀌었다. 응원봉이 중앙제어에 맞춰 일제히 번쩍이며 장내를 물들였다. ‘문라이트 섀도즈’에서는 돌출 무대 리프트에 올라 스탠딩 마이크만으로 보컬을 들려줬다. 춤이 아니라, 목소리로 승부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공연의 핵심은 ‘추억을 어떻게 현재로 데려오느냐’였다.
‘템포’부터 ‘로또’, ‘코 코 밥’, ‘콜 미 베이비’까지. 타이틀곡 메들리가 이어지자 관객석에서는 “아, 그때”라는 탄성이 터졌다. 데뷔 초부터 엑소 를 따라온 팬들에게는 타임머신 같은 시간이었다.
분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럭키 원’, ‘파워’, ‘돈트 파이트 더 필링’, ‘런’으로 이어지는 EDM 메들리에서는 전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돔이 아니라 클럽이 됐다.
눈에 띄었던 건, 멤버들의 선택이었다. 칼군무로 압도하기보다 돌출 무대를 돌아다니며 팬들 가까이 가는 걸 택했다. “멋있게 보여주는” 공연이 아니라 “같이 노는” 공연이었다.
엑소 여섯 번째 투어 앙코르 공연 '엑소라이즌 [닷]' 공연 첫 곡은 올해 8집 타이틀곡 ‘크라운’. 무대 위에는 지름 23m짜리 거대한 링 LED가 떠 있었고, 그 안에 왕관이 나타났다. 멤버들의 머리 위에 정확히 걸리는 연출로 주목을 받았다/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디오의 한마디가 바꾼 후반부
후반부는 계절이 바뀌었다. ‘싱 포 유’, ‘포 라이프’, ‘유니버스’, 그리고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디오 는 노래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지 않느냐. 다음에는 엑소 의 추억이 정말 많이 담긴 노래들을 들려드리려 한다. 이 겨울, 그리고 쌀쌀한 날씨에 어울리는 곡들을 불러드리겠다. 다 같이 추억 속으로 떠나가 보자.”
그 말 그대로였다. ‘첫눈’의 첫 소절이 나오자, 돔 전체가 떼창으로 바뀌었다. 바깥 날씨가 춥다고 느꼈던 사람들은, 그 순간만큼은 겨울이 포근하다고 느꼈을 거다.
앙코르는 ‘파라다이스’, ‘텐더 러브’, ‘피터팬’. 마지막까지 팬들을 놓아주지 않는 선곡이었다.
14개국 27회, 전석 매진 기록
이번 투어, 숫자로만 봐도 대단하다.
베트남 호찌민, 일본 도쿄·나고야, 대만 타이베이, 태국 방콕,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 14개국 27회, 전석 매진. 마지막 날 공연은 일본·홍콩·마카오·미국·멕시코 등 23개국 757개 영화관에서도 생중계됐다.
그런데 이날 돔에 있던 사람들에게 더 중요했던 건 숫자가 아니었다.
2012년 데뷔 이후 아시아를 휩쓴 그룹이, 14년이 지난 지금도 “다음에도 보자”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사실. 그게 엑소 가 이날 증명한 것이었다.
디오 가 오프닝에서 했던 말이, 그래서 더 와닿는다.
“오늘은 날이 흐린데, 날씨를 바꿔버릴 기세로 화끈하게 놀아보자. 지금까지 모은 기운을 다 불사르겠다.”
그날 밤, 날씨까지는 못 바꿨을지 몰라도, 1만1천명의 겨울은 바꿔놓고 갔다.
<저작권자© 트롯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