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공무원들의 신고식에도 등장한 ‘잡상(雑想)’

배성식 기자

등록 2025-09-24 13:34

기와지붕의 추녀마루 위에 놓이는 토우

목재 건물의 화재 예방과 액운을 막기 위한 용도


 경복궁의 잡상


경복궁이나 창덕궁 등 궁궐 건물 지붕을 자세히 보면 일렬로 줄 서 있는 ‘잡상’을 볼 수 있다. 

잡상은 ‘흙으로 만든 토우(土偶, 흙으로 만든 인형)’란 뜻으로 궁궐 건물을 비롯해 도성의 성문, 왕릉의 건물, 종묘, 성균관, 동묘, 지방의 관청, 문묘 등 격이 높은 건물의 기와지붕의 추녀마루 위에 설치되어 있다.

 

나무로 건축된 건물의 화재를 예방하고 액운(살)을 막기 위해 주술적(수호신)으로 사용되며, 일반 민가에는 허용되지 않았다.

 

 창덕궁의 잡상


16세기 중국 명나라 시기의 장편 소설인 ‘서유기’에 나오는 삼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과 흙을 다스리는 토신 등을 형상화해서 만들었다. 


삼장법사를 따라 불경을 구하기 위해 천축국(현재 인도)에 가면서 손오공 일행이 모든 잡귀를 물리치고 갔기 때문에 잡귀들이 두려워 궁에 접근을 못 하게 되었다는 유래에서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 


 숭례문의 잡상


보통 홀수로 3~11개(수원 팔달문은 4개)가 올라간다. 잡상의 숫자가 많을수록 중요한 건물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경복궁의 경회루 지붕에 11개로 중국 황실의 11개와 같다. 

참고로 경복궁의 중심 건물인 근정전에는 7개의 잡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11개 잡상이 있는 경회루


원래 중국에서 잡상은 황제가 있는 건물은 11개, 태자가 있는 건물은 9개, 기타는 7개 이하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잡상의 수가 의미가 있다면 조선에 온 중국 사신이 경회루의 잡상 숫자를 보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었겠지만, 현재의 경회루는 임진왜란(15912년) 때 화재로 소실된 것을 1867년에 재건한 것이니 이전 경회루의 잡상도 11개였는지는 알 수 없다.


 중국 자금성의 잡상


조선 시대 신입 관리가 선발되면 일종의 신고식을 하는데 잡상 10개의 이름을 숨 쉬지 않고 외우기가 통과의례 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힌다’는 뜻의 ‘어처구니없다(어이없다)’라는 대사가 자주 나온다.

이 ‘잡상’을 ‘어처구니’라 부르기도 하는데, 건물을 다 짓고 깜빡 잊고 이 잡상들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사례에서 ‘어처구니없다’, ‘어이없다’로 사용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정확히 이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한다.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

 

ssbae100@naver.com



<저작권자(c) 트롯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배성식

배성식

기자

여기에 광고하세요!!

트롯뉴스
등록번호서울 아56004
등록일자0025-06-20
발행인박강민 이진호
편집인박강민
연락처02)552-9125
이메일trotnewspool@gmail.com
주소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64길 13, 6층 610a
트롯뉴스

트롯뉴스 © 트롯뉴스 All rights reserved.

트롯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