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이자 지켜주고 싶은 막내아들의 ‘울타리’로
팬들 경조사 챙기고 숙소공유 반찬 나누는 진풍경 연출
가수 부재에도 기부 등 이어가며 되레 강철처럼 단단해져
□ 트로트 팬덤 탐구: 그들이 사는 세상 / 2. 김호중과 ‘아리스’
트로트 팬덤 지형도에서 김호중의 팬덤 ‘아리스(Ariss)’는 가장 독특하고도 강력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만약 다른 팬덤이 ‘왕국’이라면, 아리스는 거친 파도를 함께 넘으며 단단해진 ‘가족 공동체’에 가깝다.
그들의 상징색인 보라색(Purple)처럼, 아리스는 고귀하면서도 비장하다. 성악가에서 트로트 가수로, 그리고 군 백기(공백기)라는 터널을 지나왔고 지금은 사고로 인하여 수감 되는 등 많은 시련을 거치면서 이들은 단순한 팬과 가수의 관계를 넘어 거친 길을 동행하며 함께 견뎌온 ‘운명 공동체’가 되었다.
국내 유일 트로트 종합미디어 트롯뉴스(www.trotnews.co.kr)의 특별기획 시리즈 ‘팬덤 탐구: 그들이 사는 세상’ 두 번째 순서로, ‘식구’라는 이름으로 뭉친 김호중과 아리스의 세계를 탐구한다.
사진 = 희망브리지제공
왜 팬(Fan)이 아니라 ‘식구’인가?
아리스들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님’도, ‘팬’도 아닌 ‘식구(食口)’다.
“한집에서 함께 살며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이 단어는 아리스의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한다.
김호중은 어린 시절 굴곡진 가정사를 겪었고,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리고 현재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그의 이러한 성장 배경과 굴곡진 환경은 5060 어머니 팬들의 모성애를 강하게 자극했다. 팬들은 김호중을 “밥은 잘 챙겨 먹는지 걱정되는 아픈 손가락”이자 “지켜주고 싶은 막내아들”로 여긴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를 ‘식구’라 칭한다. 김호중이 외롭지 않게 울타리가 되어주겠다는 다짐이다.
이 ‘식구 문화’는 팬덤 내부의 결속력을 핏줄만큼이나 진하게 만들었다. 서로의 경조사를 챙기고, 지방 공연 때 숙소를 공유하며, 김치와 반찬을 나누어 먹는 모습은 여느 아이돌 팬덤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리스만의 진풍경이다.
아리스 팬들은 김호중을 우상이 아닌 가족으로 인식하면서 팬과 가수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한때 박수 치고 떠나는 관계가 아니라 응원하고 보호하고 기다리는 관계가 되었다. 활동 공백기가 있어도 흩어지지 않고 팬덤의 결속이 유지되는 이유다. 가족이니까...
사진 = 김호중 공식채널 Kim Hojoong / 유튜브
기다림이 만든 ‘강철 팬덤’
아리스의 화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계기는 역설적이게도 ‘위기’와 ‘부재’였다.
김호중이 ‘미스터트롯’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과거 논란 등으로 시련을 겪을 때, 그리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국방의 의무를 하러 떠났을 때, 그리고 교도소에 수감된 현실에서도 팬덤은 와해 되기는커녕 강철처럼 단단해졌다.
“우리가 가수를 지켜야 한다.”라는 위기의식은 팬들을 결집시켰다.
김호중이 없는 동안에도 아리스는 매주 음원 차트 상위권을 유지 시켰고, 김호중의 이름으로 수억 원대의 기부를 이어갔으며, 그를 위한 전시회를 자체적으로 열었다. 주인이 없는 집을 식구들이 더 깨끗하게 청소하고 지키고 있었던 셈이다.
이 ‘기다림의 시간’은 아리스에게 단순한 공백기가 아니라, 되레 조직력을 다지고 충성도를 검증하는 기회로 삼았다. 군 소집 해제 후 김호중이 복귀했을 때, 보랏빛 물결이 전국을 뒤덮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내년에 실형을 마치고 석방된 때에도 그들은 여전히 그곳에서 그렇게 기다릴 것이다.
‘트바로티’의 품격, 클래식과 트로트의 만남
아리스는 김호중의 음악적 스펙트럼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성악(테너)을 베이스로 트로트를 구사하는 유일무이한 캐릭터 ‘트바로티’다.
때문에 아리스의 응원 문화에는 ‘클래식의 격조’와 ‘트로트의 흥’이 공존한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클래식 단독 콘서트에서 아리스들은 정장을 차려입고 숨죽여 아리아를 감상했다가도 체육관 콘서트에서는 보라색 응원봉을 흔들며 떼창을 한다.
이러한 장르적 다양성은 팬들의 문화적 소양을 넓혀주었다. “김호중 덕분에 난생처음 오페라 투란도트의 ‘네순 도르마’를 알게 되었다”는 중년 팬들의 고백은, 김호중이 대중음악계에 미친 순기능을 보여준다. 아리스에게 김호중은 단순한 트로트 가수가 아니라 고품격 예술을 향유하게 해주는 ‘마에스트로’다.
그래서 이들은 품격을 중시한다. 그래서 조용하지만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한다. 아이돌 팬덤이 기록과 트로피를 중시한다면 아리스는 단기성과보다는 지속성과 품위를 택한다. 이들의 목표는 김호중이 오랫동안 노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암묵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사진 = 김호중 공식채널 Kim Hojoong / 유튜브
“할머니의 유언을 따르다”
김호중 팬덤의 기부 규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는 김호중이 늘 강조하는 “남을 배려하고 베풀라”라는 할머니의 유언을 팬들이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재민 돕기, 불우이웃 돕기 등 굵직한 사회 이슈가 있을 때마다 ‘아리스’의 이름으로 억 단위의 기부금이 모인다.
특이한 점은 팬클럽 본부의 지령 없이도 지역방, 소모임 별로 자발적인 릴레이 기부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가수 얼굴에 먹칠하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기부 문화를 일상화시켰다.
김호중의 생일, 데뷔일, 콘서트기념일 등은 소비가 아니라 나눔의 계기가 된다. 이들은 팬덤의 존재 이유를 ‘좋아함’을 넘어서 ‘사회적 가치’로 확장하고 있다.
팬덤 활동의 참여는 자발적이며 규모보다 지속성이 중시된다. 물론 강요는 없다. 이를 통한 좋은 팬덤 활동을 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자연스럽게 내부에 윤리적 기준과 자정 문화가 형성되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절제된 태도와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면서 ‘품격’을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인식이 공유된다.
사진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아리스, 서로의 별이 되어 비추다!
팬클럽 명 ‘아리스(Ariss)’는 김호중의 목소리를 사랑하는 별(Star)들이라는 뜻이다. 밤하늘이 어두울수록 별은 더 밝게 빛나는 법이다.
김호중이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아리스는 기꺼이 어둠을 자처하며 그를 빛나게 했고, 이제는 김호중이 노래로 팬들의 삶을 위로하며 더 밝은 빛을 비출 차례다.
아리스들은 늦은 도전,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시작, 실패를 견디는 시간 등 김호중을 통해 자신의 삶을 투영하고 위로받고 그의 행보를 통해 자신을 격려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식구’이자 ‘별’이 된 이들의 동행은 가수가 은퇴하지 않는 한 멈추지 않을 보랏빛 네버엔딩 스토리다.
사진 = 김호중 공식채널 Kim Hojoong / 유튜브
※ 알림: 트롯뉴스의 ‘팬덤 탐구’ 시리즈는 트로트 팬들을 위한 기획입니다. 연재 순서는 팬덤의 인기도 등과 관계없이 취재여건에 따라 게재함을 밝힙니다. 기사에 의견이 있거나 팬클럽 관련 소식 등은 메일 등을 통하여 제안 주시면 적극적으로 반영하겠습니다. [트롯뉴스]
박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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