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음마다 생기는 작은 차이가 알려주는 건강 신호
사람은 하루에도 수없이 걷지만, 매번 똑같은 걸음을 내딛지는 않는다. 보폭이 조금 달라지기도 하고, 한 발을 내딛는 시간에도 미세한 차이가 생긴다. 오른발과 왼발의 움직임 역시 완벽하게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걸음마다 생기는 이런 차이가 작을수록 건강한 걸음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최근 보행 연구에서는 걷는 속도나 좌우 균형뿐 아니라 걸음과 걸음 사이에 얼마나 작은 변화가 생기는지도 중요한 건강 지표로 살펴본다. 이를 ‘보행 변동성(gait variability)’이라고 한다.
너무 들쭉날쭉한 걸음은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
보행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면 몸이 걸음을 안정적으로 조절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2001년 하우스도르프(Hausdorff) 연구팀은 70세 이상 노인 52명의 걸음을 측정한 뒤 1년 동안 낙상 여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이후 낙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한 걸음에서 다음 걸음으로 넘어가는 시간의 차이가 낙상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컸다.
즉 단순히 ‘얼마나 빨리 걷는가’만 살펴보는 것보다, 걸음의 간격이 얼마나 일정하게 유지되는지를 함께 살펴보면 낙상 위험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보고됐다. 2025년 일본 나가하마 코호트 연구에서는 60세 이상 1,591명의 보행을 분석한 결과, 걸음 시간의 변동성이 큰 사람일수록 무릎 골관절염이 있거나 무릎 기능이 낮은 경우가 더 많았다. 이처럼 걸음이 지나치게 들쭉날쭉하다면 균형이나 움직임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져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걸음이 너무 일정해도 좋은 것은 아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걸음마다 거의 똑같이 걷는 것이 가장 건강한 걸음일까? 연구 결과는 이 역시 단순하게 말하기 어렵다.
2005년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이 노인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상적인 속도로 걷는 사람 가운데서는 보행 폭의 변화가 지나치게 큰 사람뿐 아니라 지나치게 작은 사람도 최근 1년 동안 낙상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쉽게 말해, 무조건 ‘차이가 작을수록 좋다.’라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이 연구에서 살펴본 것은 여러 보행 요소 가운데 특히 보행 폭의 변동성이었다. 따라서 모든 종류의 보행 변동성이 작을수록 위험하다는 의미로 확대해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건강한 몸은 어느 정도의 ‘흔들림’을 가지고 있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날까? 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이 ‘복잡성 상실(loss of complexity)’이다.
1992년 노화 연구에서 립시츠(Lipsitz)와 골드버거(Goldberger)는 건강한 몸의 리듬이 완전히 일정하거나 무질서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복잡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장박동이나 호흡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건강한 사람의 심장박동과 호흡은 매번 완전히 똑같지 않다. 상황에 따라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하면서 몸의 상태에 맞춰 변화한다.
걷기도 마찬가지다. 평평한 길을 걸을 때와 울퉁불퉁한 길을 걸을 때, 몸이 피곤할 때와 컨디션이 좋을 때의 걸음은 조금씩 달라진다. 건강한 몸은 이런 작은 변화를 끊임없이 조절하면서 균형을 유지한다.
반대로 나이가 들거나 몸의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서 이러한 미세한 변화가 줄어들고 움직임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일정해지는 현상을 ‘복잡성 상실’이라고 한다.
걸음이 너무 일정한 것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행에서도 이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18년에 발표된 한 소규모 연구에서는 노인 19명을 약 14개월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이후 인지기능이 떨어진 사람들은 연구를 시작할 당시부터 걸음걸이가 지나치게 일정하고 예측하기 쉬운 경향을 보였다.
물론 이 연구는 참가자가 19명에 불과한 소규모 초기 연구다. 따라서 이 결과만으로 ‘걸음이 너무 일정하면 인지기능이 떨어진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있다. 걸음걸이를 볼 때 단순히 ‘흔들림이 많으냐 적으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걸음이 어떻게 달라지고 그 변화가 어떤 패턴을 보이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좋은 걸음은 ‘똑같은 걸음’이 아니라 ‘잘 적응하는 걸음’
결국, 건강한 걸음을 판단하는 기준을 ‘모든 걸음이 똑같은가’로 정하기는 어렵다.
걸음의 변화가 지나치게 크면 낙상이나 신체 기능 저하와 관련될 수 있다. 반대로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 보행 요소의 변화가 지나치게 적은 경우에도 위험과의 관련성이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필요할 때 걸음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일 수 있다.
울퉁불퉁한 길을 만나면 발을 조심스럽게 내딛고, 피곤하면 보폭을 조금 줄이고, 방향을 바꿀 때는 몸의 균형을 다시 잡는 것처럼 우리 몸은 주변 상황에 맞춰 걸음을 끊임없이 조절한다.
따라서 좋은 걸음은 기계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반복되는 걸음이 아니다. 필요한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내면서도 전체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하는 걸음에 가깝다.
어쩌면 건강한 걸음을 판단하는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얼마나 똑같이 걷는가?”보다 “상황에 따라 얼마나 잘 적응하며 걷는가?”
걸음마다 생기는 작은 차이는 때로 몸이 균형을 유지하고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차이가 너무 커지거나, 반대로 몸이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을 잃어 지나치게 단순해지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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