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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망설이지 말고 냅다 갈겨!”… 골프 레슨 프로 송경서, 상실을 넘어 트로트로 인생 2막 열다
박강민 기자 oasis365@gmail.com
등록 2026-05-20 10:38
방송 해설위원, 유명 프로들 지도자로 유명세
멘토였던 형들과 갑작스러운 이별로 인생 방황
절망 중 동생 권유로 녹음한 ‘냅다 갈겨’ 입소문
“골프시합 땐 긴장, 무대에선 이상하게 안 떨려”
“기부콘서트로 받은 것 사회에 돌려주고 싶어”
분당 ‘송경서 골프아카데미’ 원장. JTBC골프 해설위원인 레슨 프로 송경서 씨가 트로트 신곡 '냅다 갈겨'를 내고 가수로 데뷔해 화제가 되고 있다. / 사진=송 프로 제공
골프장에서 “냅다 갈겨!”는 흔히 농담처럼 튀어나오는 한마디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그 말은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우는 희망의 주문이 된다. 송경서 프로에게 그랬다.
분당 ‘송경서 골프아카데미’ 원장. JTBC골프 해설위원. 이율린, 안선주 등 정상급 선수들을 코칭한 베테랑 레슨 프로. 그런 그가 최근 골프채 대신 마이크를 잡았다.
데뷔곡은 ‘냅다 갈겨’, 제목부터 직설적이다.
처음 들으면 웃음이 나오지만, 끝까지 듣고 나면 묘하게 마음이 움직인다.
그 안에는 골프보다 훨씬 큰 이야기, 입스와 파산, 연이은 상실과 다시 일어서는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트롯뉴스(www.trotnews.co.kr)’가 송경서 프로 아니, 가수 ‘송 프로’를 만나서 골프와 트로트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저, 골프 잘 치던 선수였어요”
인터뷰 시작부터 그는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 하면요… 저 진짜 골프 잘 쳤어요.”
겸손을 앞세우는 대신, 자신의 과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였다.
골프를 시작한 건 형 때문이었다. 공부를 잘하던 형과 달리 그는 운동을 선택했다. 처음엔 골프 선생이 무서워 싫다는 소리도 못 하고 시키는 대로 억지로 채를 잡았지만, 재능은 금세 드러났다.
“어릴 때는 제가 봐도 좀 달랐어요. 공이 맞는 느낌이 너무 좋았고, 결과도 따라왔죠.”
한국체육대학교에 진학했고, 국가대표를 바라보는 유망주였다.
인생이 최고의 골프선수 그 방향으로 계속 흘러갈 것 같았다.
하지만 골프는 기술보다 더 잔인한 변수를 품고 있다. 바로 ‘입스(Yips)’다. (*입스는 골프에서 스윙 전 샷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발생하는 각종 불안 증세를 말한다.)
“어느 순간 샷이 안 맞는 거예요. 원인을 찾으려고 계속 교정을 했는데… 그게 더 망가뜨렸죠.” 나중에 알고 보니, 한체대에서 그를 가르친 지도자는 미국에서 햄버거 장사를 하다 귀국해 골프 잡지를 보며 가르친 엉터리 교습가 였다. 잘못된 레슨, 과도한 수정, 무너지는 감각.
결국, 그는 경기에서 90타 대를 기록하는 상황까지 추락했다.
“태극마크 달고 나간 대회에서 90개를 쳤어요. 그때 진짜… ‘나는 이제 끝났구나’ 싶더라고요.”
송경서 프로는 지금도 이율린, 안선주 등 KLPGA의 정상급 선수들을 코칭하는 베테랑 레슨 프로 활동하고 있다. / 사진=송 프로 제공
슬럼프는 1~2년으로 끝나지 않았다. 무려 6~7년. 골프를 포기하고 스포츠 마케팅이나 교육학 쪽으로 방향을 틀까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시간은 실패가 아니라 전환점이었다.
“완전히 무너져본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제자들 마음을 알아요. 예전 같으면 ‘왜 못 해? 하면 되지’라고 했겠죠. 지금은 그 불안과 두려움이 뭔지 압니다.”
지금 그의 레슨은 단순한 스윙 교정이 아니다. 멘탈, 감정, 삶의 균형까지 다루는 인생 코칭에 가깝다.
최근에는 선수들의 심리를 더 깊이 이해하고 맞춤형 레슨을 위해 명리학까지 공부하고 있다.
“보증금 500만 원 월세에서 신혼”
송 프로는 겉으로 보면 ‘성공한 골프 프로’다. 하지만 실제 이야기는 다르다.
“대학교 때 IMF가 터지면서 집안이 완전히 무너졌어요.”
부모님 생활비까지 형과 함께 벌어야 했다. 결혼도 늦었다. 신혼은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5만 원짜리 원룸에서 시작했다.
“누가 보면 금수저로 편하게 산 줄 아는데… 진짜 아니에요.”
레슨과 방송, 대회 출전까지 병행하며 버텼다. 코로나 시기에는 PXG 앰배서더로 활동하며 골프 의류 매장 운영에도 뛰어들었다. 골프 붐이 일면서 매장 당 연 매출 20억 원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 경험이 없던 그에게 숫자가 곧 수익은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세금, 인건비, 운영비… 다 빠지고 나니까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이 대목에서 그는 특유의 현실적인 웃음을 지었다. 성공담이 아니라 ‘경험담’을 말하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화려한 매출 숫자 뒤에 감춰진 냉혹한 현실을 직접 겪은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웃음이었다.
연달아 찾아온 이별의 고통
그가 마이크를 잡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음악이 아니라 ‘상실’이었다.
2023년, 친형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형은 가족 이상의 존재였다.
“매일 고민과 일상을 공유했어요. 공부도 잘하고 좋은 직장에 다니던 엘리트였죠. 제가 정말 의지하던 형이었어요.”
그랬던 형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인해 송 프로는 삶의 중심이 무너졌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레슨도 방송도 다 싫었다. 모든 것이 의미를 잃었다.
그런데 그 상실이 채 아물기도 전에 또 하나의 이별이 찾아왔다. 배우 이선균이었다.
“형을 잃고 힘들어할 때 평소도 절친했던 선균이 형이 ‘내가 이제부터 네 형 역할 해줄게’라고 말해줬어요. 그런데 의지했던 그 형마저 그렇게 떠나버리니까… 충격이 너무 컸죠.”
그리고 2025년, 설상가상으로 10여 년 간 치매로 고생하시던 어머니까지 세상을 떠났다.
짧은 시간 동안 이어진 세 번의 이별. 그는 그 시간을 “텅 빈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인생의 의욕이 완전히 꺾여버린 시간이었다.
“형, 노래나 해” 인생 바꾼 한마디
그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 건 의외로 가벼운 한마디였다.
프로듀서 팀 LAS의 멤버 ‘아빈’. 아이브(IVE)의 ‘After Like’ 등 굵직한 히트곡들을 만들어낸 그 아빈이 무기력하게 가라앉은 송경서를 보다 못해 말을 건넸다.
“형, 그렇게 있지 말고 노래나 해봐.”
처음엔 농담처럼 흘려들었다. 하지만 그 말이 이상하게 머리에 남았다.
어느 날 차를 타고 가던 중, 슬럼프에 빠진 제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 자신이 늘 건네던 말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고민하지 말고… 냅다 갈겨.”
그는 휴대폰에 간단한 리듬과 메모를 남겨 아빈에게 보냈다. 며칠 뒤 완성된 곡이 돌아왔다.
“듣자마자 ‘이건 다른 가수 줘야겠다.’ 싶었어요. 전문 가수도 아닌 내가 부르기엔 너무 곡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갑작스럽게 찾아온 친형 그리고 절친과 이별의 고통 속에 우연히 찾아온 노래 한곡 '냅다 갈겨'로 송경서 프로는 '송 프로'라는 가수로 데뷔하며 새로운 인생의 동력을 찾았다. / 사진=송 프로 제공
하지만 아빈의 답은 간단했다.
“형 노래야. 형한테 딱 맞는 곡이야.”
결국, 녹음실에 들어갔다. 전문적으로 노래를 배운 적도 없고, 가수를 꿈꿔본 적도 없던 그에게 모든 과정은 낯설었다. 하지만 그 낯섦은 오히려 성장의 과정이 됐다.
“한 음 한 음 수정하면서… 제가 오히려 노래를 배우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탄생한 곡이 그의 데뷔곡 ‘냅다 갈겨’다.
트로트 특유의 흥겨운 리듬 안에 “망설이지 말고 인생의 티샷을 날리자.”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았다. 지금은 골프 지망생들 사이에서 ‘이동 중에 들으면 레슨에 도움이 된다.’라는 입소문까지 퍼지고 있다.
“무대에선 하나도 안 떨렸어요”
‘냅다 갈겨’는 예상 밖의 반응을 얻었다.
라비에벨 골프장 콘서트에 이어 SBS 더 트롯쇼 무대까지 섰다.
“처음 공연 갔는데 다들 팀이 있더라고요. 백댄서에 스태프들까지 줄줄이 달고 오는데, 저는 혼자였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떨리지 않았다.
“아마 JTBC골프 해설위원으로 방송을 오래 해서 그런가 봐요. 그냥 즐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올랐어요.”
오히려 무대는 그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줬다.
송 프로는 "지금도 지인들과 골프를 나가면 티샷할 때 떨리지만 이상하게도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할 때는 전혀 떨리지 않아서 무대를 즐기게 된다."라고 말했다. / 사진=송 프로 제공
“너무 재밌더라고요. ‘아, 나 이런 거 좋아했구나!’ 싶었어요.”
평소 어디서 든 노래를 즐겨 부르는 성격이 무대 위에서도 자연스럽게 발휘된 것이다.
아직도 많은 지인이 ‘냅다 갈겨’가 그의 노래인 줄 모른다고 했다.
그러다 알고 나면 반응은 같다.
“노래가 너무 좋다, 그냥 가수 전업 해도 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제일 힘이 돼요.”
골프와 트로트의 결합 무대 목표
송경서는 이제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골프 기부콘서트’다.
노래 잘하는 골프 프로들과 가수 지인들이 함께 라운드를 돌고, 미니 콘서트를 열고, 그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프로젝트다.
이미 대한골프협회에 작은 기부를 시작했다.
“골프 덕분에 인정도 받고 유명해지기도 하고 먹고 살았는데, 정작 골프를 위해 한 게 없더라고요. 성공하면 기부해야지 하다가는 평생 못 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적은 금액이라도 먼저 시작하고 싶었어요.”
송 프로는 "골프인들과 함께 다양한 기부콘서트를 열어 그동안 골프로 인해서 얻은 것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트롯뉴스
주변 반응은 이미 뜨겁다.
노래 잘하는 프로들 가운데 “기부 공연이면 무조건 하겠다.”라고 나선 이들도 있고, 가수 지인들도 흔쾌히 동참 의사를 밝혔다.
그가 문제 삼는 건 단순히 기부 문화의 부재만이 아니다. 골프 생태계 전반에 대한 문제 의식이 깔려 있다.
“골프가 너무 자기들만의 리그처럼 흘러가는 것 같아요. 누구 레슨한다고 자랑하고, 좋은 골프장 다니는 걸 뽐내고… 그걸로 끝이면 아쉽죠. 골프가 자연을 훼손하면서 그 자리를 차지했는데, 사회에 돌려줘야 할 게 있지 않겠어요?”
그는 서원 밸리 사례를 예로 들었다.
동네 사람들을 위한 작은 잔치에서 시작한 행사가 결국 대형 콘서트로 성장했고, 골프장도 지역도 함께 살아난 사례다.
6월 신곡 ‘마셔라 마셔’ 출시
오는 6월, 두 번째 곡 ‘마셔라 마셔’ 출시를 앞두고 현재 녹음이 한창이다.
첫 곡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승부할 계획이다.
그의 가장 든든한 팬은 초등학교 5학년과 1학년인 두 딸이다.
“아이들이 응원을 많이 해줘서 힘이 나요.”
세종대에서 스포츠심리학을 전공하고 용인대 박사과정에도 도전했던 그는 지금도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 명리학 공부를 시작한 것도 선수들과 제자들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다.
“사람 마음이 제일 어렵더라고요. 기술은 가르칠 수 있는데, 마음은 그게 안 돼요. 그래서 더 배우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노래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물었다.
“최근 몇 년 간 저 자신도 너무 많이 무너진 경험이 있어요. 레슨하면서 슬럼프에 빠진 제자들도 많이 봐왔고요.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뒤 이렇게 덧붙였다.
“제 노래가 누군가에게 다시 어려움을 잊고 ‘냅다 갈겨’처럼 다시 티샷할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필드에서 입스를 견뎌낸 남자. IMF와 사업 실패, 연이은 상실을 버텨낸 남자.
송경서는 지금, 인생의 두 번째 티샷을 가장 호쾌하게 날리고 있다.
그리고 그의 외침은 여전히 단순하다.
망설이지 말고, 그냥 냅다 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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