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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실력파 신예' 강훈 "어른 흉내 내는 트로트는 거짓 연기일 뿐…내 음악으로 감동 줄 것"

박강민 기자 oasis365@gmail.com

등록 2026-02-27 17:10

캐나다 유학, 농구 선수서 노래 도전 ‘미스터트롯3’ 11위

‘남의 노래만 부르는 가수’에 회의… 공연, 방송 활동 중단

“내 감정을 충분히 담아내야 고객도 감동” 곡 작업 몰두

전속계약과 신곡 발표, 트로트의 질적 성장을 꿈꾼다.

□ 신곡 ‘함께한 사람’ 발표 가수 강훈 인터뷰

 

대한민국 트로트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TV조선 ‘미스터트롯3’에서 최종 11위를 기록하며 탄탄한 가창력을 입증한 가수 강훈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매니지먼트사 썬앤스타와 전속계약을 맺고 신곡 ‘함께한 사람’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그를 만났다. 서른 중반을 향해가는 나이,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신인의 풋풋함과 베테랑의 소신이 공존하고 있었다.

‘미스터트롯3’ 11위라는 성적표는 그에게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문턱일 뿐이었다. 그는 이제 ‘어른 흉내’를 내는 트로트 가수가 아닌, 자신의 서사를 온전히 노래에 녹여내는 ‘아티스트’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 본인 제공


캐나다 유학 시절 농구에 반하다

 

1992년 경주 동국대 병원 출생. 어머니가 결혼 9년 만에 제왕절개로 얻은 늦둥이 아들은 온 가족의 축복이었다. 대구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며 야구 선수 이승엽의 홈런에 환호하던 소년은 내성적이면서도 내면의 불꽃이 확실했다.

초등학교 4학년, 어머니와 단둘이 떠난 캐나다 밴쿠버 랭리에서의 유학 생활은 그에게 ‘생존’을 가르쳤다. 처음엔 ‘크리스’라는 이름이 어색해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이름을 따 ‘저스틴’으로 개명할 만큼 자아가 확실했다. 


 사진 : 본인 제공

유학 초기 인종차별과 향수병으로 좌절과 방황을 하고 있을 때, 어머니는 위로 대신 “스스로 버텨내라.”라며 절벽 끝으로 밀어 넣었다. 그 혹독한 교육 방식 덕분에 소년은 운동과 수학으로 현지 아이들의 마음을 샀고, 이내 ‘인싸’가 되었다.

당시 그가 매료된 것은 농구였다. 현재 삼성 썬더스 프로농구팀의 수장인 김효범 감독이 마 침 캐나다의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고 농구 유망주로 미국대학에도 입학이 확정되는 등 현지에서도 꽤 이름이 알려진 한국인 형을 보면서 농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한국으로 돌아와 명문 휘문중·고등학교 농구부에 입단하며 엘리트 스포츠의 길을 걸었지만, 그곳은 약육강식의 전쟁터였다.

운동 중 목소리가 힘이 없고 작다는 이유로 감독님이 내쫓으셨을 때, 세 시간을 문밖에서 버티며 다시 들어갔던 근성은 지금의 강훈을 만든 뿌리다. 그러나 무릎 반월판 부상과 선배들의 가혹 행위는 결국 그가 유니폼을 벗게 했다.

 

사진 : 본인 제공


결혼식 축가가 만든 노래 인생

 

농구공을 내려놓은 그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것은 노래였다. 농구를 그만두고 일반 학생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시절 따뜻하게 챙겨주셨던 담임 선생님이 결혼하게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보답의 의미로 축가를 부르기로 하고 부른 것이 노을의 ‘청혼’이었다. 

결혼식장이었던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을 가득 채운 함성과 박수는 그에게 음악이라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 박수가 동기가 되어 노래 학원에 등록하고 결국 입시 반까지 들어가 예원예술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음악 인생은 군 전역 후 대학교 은사 이재성 선생(‘촛불잔치’)을 만나며 ‘트로트’라는 새로운 길로 접어든다.

 

2017년 4월 전역과 동시에 이재성 선생님과 곡 작업으로 ‘안 오시려나’라는 트로트 앨범을 내긴 하였으나, 현실은 차디찼다. 트로트 가수가 설 자리가 없던 시절, 그는 생존을 위해 발로 뛰었다.

“처음 트로트에 입문하고 곡과 나를 홍보하기 위해 안 간 곳이 없었습니다. 결혼식이나 시장 터 등은 물론 환갑 잔치, 거리 공연 가리지 않고 다녔죠. 심지어는 시장 터에서 무대가 없으니 두부 상자를 엎어 놓고 올라가 노래를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요즘은 범접하기 어려운 임영웅도 같이 노래하러 다닌 기억이 있습니다.”

그 시절의 배고픔과 간절함은 그가 트로트를 대하는 태도를 바꿨다. 카페를 운영하며 잠시 마이크를 내려놓기도 했지만, ‘보이스킹’과 ‘불타는 트롯맨’을 거치며 그는 다시금 무대의 뜨거움을 확인했다. 특히 ‘불타는 트롯맨’ 당시의 그는 누구보다 노래를 잘할 수 있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진 : 트롯맨, 미스터트롯3 출연 화면 / 본인 제공


‘타니무라 신지’가 던진 충격

 

성공적인 경연 결과 뒤에 찾아온 것은 공허함이었다. 무대 위에서 남의 히트곡만 부르는 자신의 모습에 회의감이 밀려왔다. 가수가 맞는지 스스로 의심이 들던 시기, 그는 일본의 전설적인 뮤지션 ‘타니무라 신지(谷村 新司)’의 음악을 만났다.

“일본 출장 가는 친구에게 어느 가수라도 좋으니 엔카 앨범 하나만 사다 달라 했습니다. 그 앨범이 바로 ‘타니무라 신지’였죠. 친구와 함께 첫 소절을 듣는 순간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트로트와는 전혀 다른 깊이와 표현력이 담긴 음악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그에게 거대한 각성을 불러일으켰다. 그전에는 막연하게 무조건 나훈아 선생을 따라가야 한다고 그 노래만 주구장창 불렀지만, 이제는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는 확신이 든 것이다.

 

“나는 뻔한 멜로디 뻔한 스타일의 노래를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문득 보니 나이 드신 팬층을 만족시키겠다는 생각에 어른 흉내를 내고 있더군요. 나이가 20대, 30대인 내가 50~60대 스타일의 노래를 흉내 내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것은 나도 만족하지 못하지만, 거짓 연기를 하는 흉내 내는 노래에 관객들이 감동할 리 없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내 감정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노래를 하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는 1년 반 동안 작업실에 틀어박혀 10곡을 직접 썼다. 트로트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수 있는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 어려운 길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사명감이 그를 움직였다.


사진: 강훈 작업실에서 트롯뉴스와의 인터뷰 / 트롯뉴스


아버지의 빈자리, 그리고 어머니

 

그의 음악적 진정성은 삶의 궤적에서 나온다. ‘미스터트롯3’ 결승이 끝난 지 한 달 만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그에게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평소 친구처럼 장난치며 지냈던 아버지라 살아 계실 때는 잘 몰랐지만, 돌아가시고 나서야 빈자리가 느껴집니다. 더구나 아버지와 같이 찍은 변변한 사진 한 장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아버지 친구분들께 ‘아들이 그렇게 자랑스러웠다.’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반면, 음악적 뿌리가 된 것은 어머니다. 캐나다 유학을 함께 갈 정도로 조금은 극성스러웠고, 때로는 가혹할 만큼 혹독한 교육을 하셨던 어머니. 하지만 음악을 할 때 내 음악을 가장 좋아해 주시고 격려하고 모니터링 해 주시는 분 역시 어머니다. 그의 노래에 묻어 나는 깊은 서정성은 어머니라는 큰 나무 아래서 자라난 감각이다.

 

 

진정성 담은 신곡 ‘함께한 사람’ 

 

강훈은 최근 매니지먼트사 썬앤스타와 전속 계약을 맺고 신곡 ‘함께한 사람’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곡은 기교를 앞세운 기존 트로트와는 결이 다르다.

전통적인 발라드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 해석한 작품으로, 잔잔한 블루 기타 사운드가 인트로를 열며 따뜻한 감정선을 만들어낸다. 

기타는 블루 톤 계열의 클린 사운드에 미세한 코러스 이펙트와 넓은 스테레오 이미지가 더해져 섬세한 공간감을 선사한다. 강훈은 이 곡에서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내고 ‘진정성’ 하나로 승부한다.

“이 노래는 한 사람을 향한 순수한 고백이자, 지금의 나를 만든 ‘함께한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곡입니다.”


사진 : 강훈 유튜브채널 / 강훈랜드


인터뷰를 마치며 강훈은 덧붙였다. 언젠가 나훈아 선생이나 타니무라 신지처럼 전설적인 발자국을 남기는 가수로 남고 싶다고. 하지만 그 방식은 복제가 아닌 ‘강훈만의 오리지널리티’가 될 것이다. 그동안 만나본 가수 중 가장 ‘겁 없는 도전자’이자 ‘지독한 연습벌레’인 그가 써 내려갈 트로트의 새로운 역사가 벌써 기대된다.

박강민

박강민

기자

oasis3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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